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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혹시 슈퍼우먼을 꿈꾸십니까?

2017.07.28
혹시 슈퍼우먼을 꿈꾸십니까

“너는 꿈이 뭐니?”

어렸을 때 한번쯤은 받아본 질문이다. 20년, 30년 전만 해도 ‘현모양처가 꿈이에요’라고 하는 여자아이들이 꽤 있었다. 최근에는 가사와 육아, 그리고 일까지 모두 잘하는 슈퍼우먼이 ‘신 현모양처’로 여겨지는 듯하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 그리고 일까지도 모두 잘하는 슈퍼우먼을 꿈꾸는 것이 이상적인 것일까? 누가 그들에게 슈퍼우먼이 되라고 할 수 있을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성의 커다란 숙제처럼 남아있다. 여성들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직장에서는 ‘역시 여자들은 안돼’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가정에서는 ‘모성애라는 것이 있기는 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굴레 아닌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직장에서는 직장인으로서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가정에 돌아와서는 좋은 엄마로서 충실해야 하기에 충분히 쉬지도 못한다. 이 피로감은 스트레스로 쌓이는 동시에 남편에게도 서운한 감정으로 남게 된다. 그러다보니 우리네 어머니 세대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화병이 최근 젊은 워킹맘들 중심으로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무상보육이 시행됐고, 육아휴직 사용률이 점차 느는 등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아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그 원인은 여성의 경제적 활동에 대한 부담은 커진 반면,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대목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고 이전보다 아버지의 역할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남성들에게 육아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성들도 슈퍼맨이 되기를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숨이 막힌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가중한 육아현실을 신조어로 ‘전투육아’, ‘독박육아’라고 일컫기도 한다.

우리는 슈퍼우먼을 꿈꿔야만 하는가?

여성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화목한 가정을 위한 노력이 누구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힘써야 할 일임을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서로의 고충을 나눌 수 있는 ‘대화’도 서로에게 위로가 될 것이고 가사와 육아의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누군가 말했다. 자신은 아이들이 불러주는 노래 중 ‘아빠 힘내세요~ 엄마 힘내세요~’라는 노래를 들으면 더 기운이 빠진다고. 지금도 충분히 젖 먹던 힘까지 내며 살고 있는데 더 힘을 내라니….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힘내세요’가 아닌 ‘쉬세요’라고 한다.
여성들이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의 도움이 필요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함께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비현실적인 슈퍼우먼을 강요받지 않는 삶을 살아가길 꿈꿔본다.
안지혜(국립목포대학교 아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