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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들이 또 싸운다고요?

2017.08.29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표현에 서툰 사람들

우리는 자기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 사람과 맞지 않는다며 힘들어하는 사람, 자기 마음을 엉뚱하게 표현하면서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다투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이는 영유아기에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요구를 바르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도 큰 이유이다.

피아제(piaget)의 이론에 따르면 유아기에는 자기중심적으로 사고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들의 생각은 미숙하다고 판단했고, 아이의 생각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행동을 지시하고 따르게 하곤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명령과 지시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발달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기부터 다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관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상자에 연필을 넣고 그 상자 뚜껑에 사탕을 그려 놓는다. 아이에게 상자를 보여주면서 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맞춰 보라고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탕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당연히 사탕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 아이에게 실제 상자 안에는 사탕이 아니라 연필이 들어 있는 것을 보여 주며 “다른 친구가 이 상자를 보면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다고 말할까?”라고 물어본다. 이 때 아이가 "친구도 나처럼 사탕 그림을 보고 사탕이 들어 있을 거라고 대답할 거야"라고 대답한다면, 그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데 중요한 능력 ‘마음 이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실수할 수 있어’, ‘틀릴 수 있어’라고 이해하는 것, 즉 마음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을 ‘마음 이론’이라고 부른다. 마음 이론이 잘 발달된 사람일수록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또한 우수한데, 그만큼 '마음 이론'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 이론은 대개 3세 이후부터 크게 발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마음 이론을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갈등 상황이다. 흔히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틀린 말이 아니다. 아이들끼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아이들은 잘 모르니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해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결론만 가르치려 하지 말고,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가?’, ‘내 마음과 상대방 마음이 어떻게 다를까?’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장난감 때문에 동생과 싸우고 있다고 가정하자. “네가 잘못했잖아”, “얼른 미안하다고 사과해”, “동생이 몰라서 그런 건데 형이니깐 참아야지” 또는 “싸우는 건 나쁜 거라고 했지”라고 결론을 내려 행동을 지시하는 말은 하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 이론’을 발달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마음 이론’을 키워주세요.

아이들끼리 싸우고 있다면 ‘마음 이론’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

첫째,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준다. “저 장난감을 갖고 싶었구나”, “승언이는 더 놀고 싶었구나”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둘째, 아이에게 상대방의 마음을 전달해준다. 상대방 아이가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정확하게 전달해준다. “승언아, 현이는 그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었대”, “현이야, 승언이는 조금 더 놀고 싶었대”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셋째, 아이의 반응에 따라 좀 더 마음을 읽어주거나 아이 스스로 해결방법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현이도 그 장난감으로 놀고 싶고 승언이는 장난감을 좀 더 가지고 놀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넷째, 대부분의 아이들이 적절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나지 않는다면 그 때 부모의 의견을 제안해 본다. “승언이는 장난감을 조금 더 가지고 놀고 싶고 현이도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니깐 시계 큰 바늘이 10에 갈 때까지만 승언이가 가지고 놀고 그다음에 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어떨까?”라고 말이다.
조유나(김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