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국내

비행청소년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는 ‘공감’

2017.12.29

소년법 폐지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중학생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한 중학생이 또래 학생을 폭행하며 찍은 영상을 “(교도소에) 들어갈 것 같아?”라는 메시지와 함께 선배에게 보내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영상 속 피해 여중생은 얼굴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부어있었고, 쇠파이프와 소주병 등으로 구타를 당해 피를 흘린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청소년일지라도 가해자를 엄중 처벌해야 하며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행법상 만 10살 미만은 범법소년, 만 14살 미만은 촉법소년, 만 19살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구분되는데,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범법소년은 처벌할 수 없으며, 촉법소년은 2년, 범죄소년은 징역20년이 법정최고형이기 때문이다.

날로 포악해져가는 청소년 범죄에 사회적인 방어선을 견고하게 세우는 것,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 이들에게 합리적인 처벌과 제재를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년법 폐지를 논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비행청소년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악마가 되었을까? 이들의 문제 행동은 청소년기에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비행청소년을 만든 처벌과 훈계

갑작스럽게 비행청소년이 될 수는 없다. 성장 과정에서 상황적, 발달적 위기와 어려움을 겪은 청소년들이 대부분 비행청소년으로 내몰린다. 이들이 더 크게 문제행동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받기위한 몸부림일 수 있다. 그런 이들을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외면한 채 ‘비행청소년’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버리고, 가장 쉬운 해결책인 처벌과 훈계로만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비행청소년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공감능력 부족’이다. 공감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기분을 의미한다. 비행청소년들은 대부분 성장 과정 속에서 공감 받지 못한 채 처벌과 훈계를 받으며 자란다. 이러한 처벌과 훈계는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마비시키고 도덕적 양심을 져버리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피해 당사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지에 대해 헤아리지 못 해, 잔인하고 포악한 행위를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비행청소년 문제 해결책, 공감

비행청소년이 된 이유가 빈곤과 폭력 등 다양한 이유로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라면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지켜보고 왜 그럴 수밖에 없을지에 대해 공감하고 지원하지 못했던 우리 부모의, 가족의, 사회의 책임일 수 있다.

공감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공감을 받아본 경험을 통해 생성되며,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수용할 수 있는 힘으로 확장된다. 비행청소년들이 위기를 겪었을 때 부모, 선생님, 친구, 지역사회 중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공감했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공감의 힘을 통해 거칠게 상황을 다루지 않고 안전하게 수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공감이 필요한 사회이며, 지금 내 자녀에게 공감해야 하는 이유이다.
홍나미(수원과학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