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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들과 딸은 다르게 키워야 할까?

2018.06.29

여자와 남자는 정말 다를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모습
며칠 전 ‘아들과 딸의 차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았다.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자녀들에게 스쿠터 타는 시범을 보이던 엄마가 넘어지고 만다. 그러자 딸은 주저 없이 아파하는 엄마를 향해 달려가는 반면, 아들은 엄마를 슬쩍 쳐다보더니 이내 스쿠터 쪽으로 달려간다는 내용이었다.

짧은 영상이지만 성별에 따른 유아의 반응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 크게 공감했다. 왜 아들과 딸의 반응이 다른 것일까? 바로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발달하는 ‘뇌’, 즉 뇌의 구조적·기능적 차이 때문이다. 실제로 뇌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태아의 성별이 결정되는 임신 6주차부터 남자와 여자의 뇌에 구조적 차이가 발생함이 밝혀졌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뇌, 무엇이 다를까?

의사가 뇌 구조를 설명하는 그림
첫째, 뇌의 ‘발달 속도’가 다르다. 대체로 여자아이의 뇌가 남자아이의 뇌보다 빠르게 발달한다. 아이의 뇌가 성인의 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초’라는 신경막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여자아이의 수초가 남자아이의 것보다 빠르게 형성된다. 수초가 형성될수록 아이들은 외부자극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기능을 잘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생아기부터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청력이 우수하고 언어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모두 빠르게 발달하며 보다 수월하게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둘째, 뇌의 다리인 ‘뇌량의 크기’가 다르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다리인 ‘뇌량’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뇌량이 남성의 뇌량보다 20% 정도 더 크다. 그 결과 여자아이는 좌뇌와 우뇌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진행되며 다각적인 외부자극 모두에 반응 가능해 멀티테스킹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남자아이는 비교적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독립적으로 사용해 멀티테스킹에 어려움이 있으나, 특정 영역에서 우세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추상적인 문제를 풀 때 남자아이는 우뇌를 집약적으로 사용해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여자아이보다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날 수 있다.

셋째, 공격성과 연관된 ‘편도체 크기’가 다르다. 편도체는 사람이 공포감을 느끼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편도체는 두려움, 공포 등 부정적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며 위기상황에서의 인간 생존능력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자녀의 학교생활과 또래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공격성’은 편도체가 클수록 큰 편이며,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의 편도체가 더 크다.

이러한 성별 뇌 발달 특성을 이해한다면, 자녀의 발달 속도가 늦은 것에 대해 자녀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의심하거나 부모 자신의 양육방식이 잘못됐다고 책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르게 키워야 하나?

엄마가 그림 그리고 있는 여자아이와 남자 아이를 보고 있는 모습
뇌의 차이에서 비롯된 성별 특성을 고려해 부모는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성별 뇌의 차이에 따른 올바른 육아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물건이 있는지 확인한다. 집중력은 청각과 매우 관련이 깊다. 따라서 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남자아이를 포함해 주의가 산만한 자녀를 양육할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의심하기 전에 가정에 자녀의 집중을 방해하는 물건이 있는지 확인한다. 또 학교 등에서도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앞자리에 앉히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신체활동을 통해 공격성을 표출하도록 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공격성이 표출되지 못하도록 훈계하고 억제시킨다고 하여 공격성이 감소하거나 없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싸움 등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부적절하게 공격성이 표출될 경우 문제아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뇌 편도체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공격성이 강한 남자아이에게 공격성을 적절히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신체활동이나 운동 등을 통해 공격성이 성취감 등의 긍정적인 감정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여아의 감정표현에는 경청하고, 남아에게 감정표현을 강요하지 않는다. 여자아이의 경우, 부정적인 감정을 인지하는 뇌 기능이 발달함에 따라 자신이 화나거나 슬픈 이유를 어려움 없이 설명할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한다. 따라서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때 부모님은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자녀의 감정을 묻고 서로 나누는 시간을 통해 자녀와의 관계도 돈독해질 수 있다.

그러나 남자아이의 경우, 연령이 증가하고 인지적으로 발달해도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감정표현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별 차이를 인정하는 부모, 행복한 자녀

엄마 아빠 여자아이 남자아이 네가족이 누워있는 모습
대부분의 가정과 학교에서 어른들은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인 평등’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며 동일한 성취도를 요구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성별 뇌 발달 구조와 행동의 차이를 고려할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 평등인가 의구심이 든다.

뇌 발달 관점에서 부모는 자녀의 성별에 따른 행동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른 성별의 또래아이와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각자의 성장에 필요한 고유시간을 고려해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녀와의 갈등상황도 피할 수 있으며 보다 올바른 관계를 맺어 자녀들이 더욱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이유미 교수(가천대학교 유아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