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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놀 권리 : 아동이 원하는 놀이

2019.07.16
2018 아동실태조사,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 6.6점, OECD 평균 점수 7.6점, OECD 2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 우리나라 아동의 결핍 수준, OECD 및 EU 국가 29개국 중 아동 결핍이 가장 높은 헝가리(31.9%) 다음으로 높은 수준
유엔은 매년 세계행복의 날(3월 22일)에 세계 각국 행복도를 조사해 발표합니다. 2019년 세계행복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54위이고,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부끄럽게도 계속 꼴찌이며 청소년 자살율도 OECD보다 높습니다. 또한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6.6점으로, OECD 평균 점수인 7.6점보다 1점 가량 낮으며 2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이 실태조사에서 밝힌 우리나라 아동의 결핍 수준은 31.5%로 OECD 및 EU 국가 29개국과 비교했을 때 아동 결핍이 가장 높은 헝가리(31.9%)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남자 아동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이미지
우리나라 아동복지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이후 요보호 아동 중심에서 아동인권 중심의 복지로 발전하게 됩니다.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이 보장될 수 있는 법, 정책, 제도, 행정 및 시스템을 국가가 마련하게 되어 우리나라 아동복지는 협약 비준 이전보다 아동 존중의 정책 기반을 갖추고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아동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을까요? 왜 여전히 삶의 만족도가 낮을까요?
‘2018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자살충동의 주된 원인은 ‘성적과 진학문제’였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아동들은 성적과 진학 등을 위해 하교 이후에도 야간 자율학습이나 학원 사교육 등 장시간 학습으로 ‘충분한 쉼, 휴식과 여가’를 누릴 수 없는 현실들이 ‘불행하다’는 감정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아동의 학습시간은 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며 반면 놀이와 여가 시간은 미국과 유럽 아동들에 비해 현저히 짧습니다. 또한 한국 아동들은 인터넷·식사·의류 등과 같은 물질적 결핍은 낮은 수준이지만, 여가활동·친구·가족과의 행사 등의 관계적 결핍에 대해서는 결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동 3명이 서로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는 이미지
충분한 휴식과 여가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자신의 휴식과 여가에 대해 사회와 회사에 지속적으로 주장하지만, “좀 쉬고 싶어요. 잠시 놀면 안돼요?”라는 아이들의 말은 얼마나 귀담아 듣고 있으신가요?
현대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행복하기 위한 5가지 전략(PERMA)인 ‘즐거운 삶을 통한 긍정적 정서, 내 삶에 적극적 참여(몰입), 좋은 관계, 의미 있는 삶, 성취’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놀이의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의미 있는 삶 그 자체이며, 의미 있는 삶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즐거운 긍정적 정서를 가지게 해주고, 친구들 간 좋은 관계와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즉, ‘놀이가 바로 아동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엎드려 있는 성인 남성 등 위에 남자 아동이 앉아 있고 성인 여성이 남자 아동을 잡아주는 이미지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아동의 놀 권리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한시적으로 유행처럼 이뤄지거나 이벤트성으로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가 무엇인지, 아이들은 ‘논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과 부모에게 ‘어떤 놀이가 의미 있는 놀이라 보는가?’라고 동시에 물어보니, 부모는 ‘멋진 장소에 데려가고 돈을 많이 쓰는 놀이’일수록 아동에게 의미 있는 놀이라고 인식한 반면, 아동은 ‘부모와 같이 노는 놀이’를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놀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놀이에 대한 부모와 아동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아동은 ‘어느 정해진 날에 놀이파크나 놀이터에 가서 노는 것’이 놀이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부모와 함께 재미있게 노는 것‘을 놀이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때,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알기 위해 귀담아 이야기를 듣고,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 아이가 놀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귀담아 듣고 맘껏 놀아보게(?), 아니 맘껏 함께 놀아보면 어떨까요?’
“부모인 우리, 진정 아동이 원하는 놀이에 동참해보면 어떨까요?”
서혜전(대구한의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