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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조선일보-더나은미래] 지구촌 희망편지쓰기 대회 수상 학생들, 편지 보낸 주인공 락스미를 만나다

201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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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사육으로 생계 잇는 캄보디아 소년 락스미 도우러 간 아이들도 처음엔 서먹서먹했어요

  

함께 뛴 축구 한판에 도움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아닌 그저 '친구'가 됐습니다

 

열대몬순의 소나기 스콜(squall) 속에서 바람 빠진 낡은 공을 주고받으며 흙 위에 뒹굴었다. 뛰고 있는 주인공은 갈색 피부의 캄보디아 현지 아이들과 자원봉사를 떠난 우리나라 어린이들이었다. 동네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는 락스미 형제의 집 앞 벌판은 평소의 황량함을 지우고 아이들의 즐거운 소리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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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프로그램도, 누가 먼저 시작하자고 제안한 놀이도 아니었다. 자원봉사를 하던 중 잠시 틈이 난 사이, 한 아이가 용기를 내어 캄보디아 친구에게 슬며시 한편에 있던 공을 차 본 게 그 시작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쩔쩔매며 첫 만남 이후 내내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공을 찬 지 30분도 안 돼 한데 어우러져 신이 났다. 흐려 있던 하늘에서 쏟아 붓듯 비가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공 차기에 더욱 열중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님들도 빗속으로 함께 뛰어들었다. 도움을 주러 간 사람이 아닌,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닌 그저 친구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장면이었다.

지난 7월 25일 굿네이버스 지구촌 희망편지 쓰기 대회 수상 어린이들과 가족 등 총 12명이, 편지 쓰기의 대상이었던 락스미(10)와 락스마이(14) 형제가 살고 있는 캄보디아 쩡아엑(Cheung Ek) 지역의 롤루어(Roluous) 마을을 찾았다. 쩡아엑은 킬링필드의 대표적인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며, 특히 락스미 형제가 살고 있는 롤루어 마을은 빈민 밀집 지역으로 주민들이 사유지가 아닌 공공부지에서 생활하는 판자촌이다. 손수진(42) 굿네이버스 캄보디아 지부장은 "락스미 형제가 조금 더 어려운 형편이기는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해당 지역민들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176만여 명의 학생들이 편지를 써 락스미 형제에게 큰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를 계기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세계시민교육 영상을 통해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소개된 락스미 형제는 오리 농장의 어린 사육사로 소개됐었다. 지원이 있기 전까지 락스미 형제는 새벽 3시부터 일을 했고, 하루 일당 500원은 모두 빚을 갚는 데 쓰였다. 하루 한 번 식사를 하는데 아픈 어머니와 두 형제의 한 끼 식사에 드는 비용은 약 1000원, 형제는 이를 위해 집에서 30분가량 걸어가면 있는 킬링필드 박물관 담장 밖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구걸을 했다. 그랬던 락스미 형제의 가정에 굿네이버스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봉사단은 비행기에서부터 그 지원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 왔을지 궁금해했고, 멀리 한국에 있는 또래의 아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도착한 다음 날, 봉사단 일행은 프놈펜 쩡아엑에 있는 굿네이버스 캄보디아 지부를 먼저 방문했다. 국제구호개발 비영리 단체 굿네이버스의 캄보디아 지역에서의 활동은 2002년, 프놈펜에서 400km 떨어진 태국 접경지 뱅몽지역에서 시작됐다. 이후 뱅몽을 비롯한 반노이, 꼰뜨레이, 소피 등지의 농촌지역에서 지역개발 사업을 펼쳐왔으며, 도심지역인 쩡아엑에서의 사업은 2010년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올해 9월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손 지부장은 "특히 의존성을 없애고 현지인들이 공동체 자체의 힘으로 스스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개발위원회와 적정기술을 도입한 소득증대 사업 등을 예로 들었다.

락스미 가정에 대한 지원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이제 락스미 형제는 빚을 갚기 위해 남의 오리를 대신 돌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오리를 돌보고 있다. 굿네이버스에서는 긴급식량 지원, 의료 지원, 교육비 지원 외에 락스미 가족의 중장기적 자립을 위해 직접 사육할 오리 150마리를 구입해 지원, 락스미 가족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적인 소득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오리들은 하루 60개 정도의 알을 낳고 이를 한 개 100원가량에 팔 수 있어, 락스미 가족은 넉넉지 않지만 생활비와 학비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봉사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소개가 이뤄진 후, 캄보디아 말을 배우는 시간이 마련됐고 이때 봉사단원들은 특히 더 열심히 하며 집중했다. 곧 이뤄질 락스미와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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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잡기·지붕 수리… 락스미와 함께한 시간 

 

갑자기 방문한 외국인에 웃음으로 대해준 락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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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일행은 락스미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도중에는 킬링필드 박물관이 있었고, 그 입구에는 어린 소녀 세 명이 손을 내밀며 구걸하고 있었다. 킬링필드 박물관에서 차로 5분 거리, 드디어 첫 만남이었다.

"줌립 쑤어?(안녕하세요?)"

 

자원봉사단 아이들이 일렬로 서서 락스미와 락스마이 형제에게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형제도 두 손을 모아 인사를 받아 줬다. 더 이상 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이들은 그저 쑥스러운 듯 눈빛만을 나눴다. 락스미 형제가 오리에게 먹일 우렁이를 잡기 위해 호수로 향했다. 봉사단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락스미 형제는 능숙하게 호수에서 배를 끌어 왔고, 그 위로 봉사단 아이들이 올랐다. 부모님들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1시간 정도 아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움직여 제법 두둑하게 우렁이를 잡았다. 잘 못할 때는 락스미와 락스마이가 먼저 방법을 알려 주고 끌어 줬다. 일인지 놀이인지 모르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서툰 일솜씨로 도움이 되지 못할까 염려하자, 락스마이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니 다른 때보다 쉽게 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날 저녁, 김영현(13)군은 "힘든 생활에도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갖는 락스미를 배워야겠다!"고 자신의 수첩에 또박또박 적어 넣었다.

 

셋째 날 9시, 락스미가 다니는 오고하 뜨라끼엇(Ougoxa Trakiet) 초등학교로 갔다. 락스미반 친구들과 함께 비즈 공예를 하기 위해서였다. 단층 건물로 예닐곱 개의 교실이 옆으로 죽 늘어선 학교 뒤로 판자촌이 보였다. 교실 안에는 전등이 달려 있지 않아 조금 어두웠다. 락스미는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덩치가 다른 아이들보다 컸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느라 학교에 계속해서 다니지 못해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과 같은 학년이 됐기 때문이었다. 특별 수업을 직접 준비한 부모님들은 미리 외운 캄보디아 말로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고, 잘 못하는 아이들은 거들어 주고 잘하는 아이들은 칭찬해 가며 능숙하게 진행했다.

 

오후에는 락스미 집의 지붕을 수리했다. 락스미네는 빗물을 받아 물을 이용하는데, 물을 잘 모아서 정수할 수 있도록 지붕의 한편을 양철로 바꾸고 물받이를 만들었다. 수리 작업을 하는 동안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