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옥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사무총장
얼마 후면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어른들은 휴가기간을 맞이한다. 집집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위한 가족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또는 '부족한 학업을 어떻게 보충시킬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몇몇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니 벌써 학교 내에서는 가족여행계획이나 학원, 캠프 등 방학 중 계획들이 아이들의 대화 소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학이 될 즈음에는 항상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대화 속에서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 때문이다.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던 '결식'과 '빈곤'은 사회 및 정부의 관심과 지원확대로 학기 중 급식지원아동수가 교육복지차원으로도 많이 해소되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무료급식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아이들이 방학동안 겪는 문제는 단순한 급식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빈곤아동들의 상대적 빈곤에 따른 박탈감은 이전보다 더욱 심해지고 있다. 빈곤아동들의 대부분은 방학이 되면 성인의 보호 없이 '나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임으로 인한 심리적, 정서적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빈곤가정아동에 대한 방학 중 급식지원은 복지관 또는 지정된 식당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 그리고 도시락 배달과 같이 1차적인 차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의 방학 중 급식지원은 그나마 기존의 이용시설(지역아동센터) 내에서 프로그램의 혜택과 함께 급식을 제공받는 방식으로 쿠폰이나 도시락 배달이라는 방법보다는 조금 나아진 형태이다.
방학 때 학교에서 식사와 교육서비스 제공
급식지원 대상아동들만 모아서 지원을 하거나 아이들의 자존심을 배려하지 않는 낙인감 주는 복지지원 방식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방학이 다가오면 지역마다 학교를 지정하고 교육기관을 통해 방학중에도 다양한 수업과 급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는 일정 수 이상의 빈곤가정아동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학원과 같은 사설교육기관 등 급식이 가능한 곳에 급식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이자 편안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곳이다. 식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며 교육의 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기능으로 인해 아이 뿐 아니라 아이의 부모에게도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빈곤가정아동을 위한 방학교실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방학 중 결식 문제로 시작됐지만 시작 당시부터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문화 활동 및 심리정서 프로그램도 함께 계획했다. 아이들은 밥을 먹으러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니라 방학교실의 재미있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학교에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로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대상아동이 있는 학교시설을 방학 중에 사용하겠다는 허가를 받기 위해 꽤 오랜 기간을 설득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에서 교육과 복지를 연계한 정책을 학교를 통해 확대하도록 한 결과, 외부 개방에 폐쇄적이었던 학교도 교육시설활용에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급식시설이 개방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고 학교시설을 활용해 방학 중 급식과 프로그램을 동시에 제공하는 경우도 드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안정감 주는 곳
방학교실에 참여하는 아동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활동을 마치고 인근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왜 확산되고 있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방학교실프로그램이 제도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주체가 학교가 아니라 민간기관인 데다가 한정된 재원으로 학교를 설득해가며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아동 문제는 단순한 가정 문제로만 봐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할 귀중한 미래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라는 틀을 통해 교육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복지와 정신건강을 강화하는 정책의 혁신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방학 때도 학교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