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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내 딸 연우

2016.03.08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 있어 살 수 있는 아빠와 아빠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게 소원인 연우(가명, 10세). 부녀의 가장 큰 소망은 ‘함께 사는 것’이다.
 
 

연우가 삶의 희망인 아빠

아빠는 난방이 안 되는 추운 집에서 혼자 지낸다. 냉골인 집에서 밤을 보내고 아빠는 이른 아침, 일거리를 찾으러 집을 나선다. 인력사무소, 면소재지에 있는 고구마 작업장, 이도저도 없을 땐 동네 소일거리라도 있지 않을까 발품을 팔아보지만 허탕을 치고 돌아올 때가 많다. 일 찾는 게 수월치 않은 겨울철, 예순을 바라보는 아빠가 어떻게든 일을 하려는 이유는 바로 하나뿐인 딸 연우와 같이 살기 위해서다.

연우는 현재 집에서 차로 한시간반 정도 떨어진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마흔이 넘어 꾸리게 된 다문화가정에서 연우는 늦둥이 귀한 딸로 태어났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연우네가 힘겨워지기 시작한 건 7년여 전. 빚보증을 서줬던 지인 두 명이 모두 세상을 떠나면서부터다.

집과 논은 경매로 다 넘어가고, 하루 아침에 모든 걸 잃은 아빠. 오갈 데 없는 아빠와 연우를 위해 이웃들은 동네에 비어있는 집 을 내줬다. 아빠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막막했다. 대신 갚아야할 많은 빚, 이로 인해 어린 연우에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해주기가 쉽지 않았다. 연우만이라도 따뜻한 방에서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 가슴이 미어지지만 아빠는 결단을 내리고 2년 전부터 연우와 헤어져 살고 있다. 눈물로 연우를 보내고 다시 딸과 함께 한 집에 사는 날을 꿈꾸며 어떤 일도 마다 하지 않는 아빠.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부채와 열악한 집의 환경은 아빠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한파에도 아침 일찍 뱃일을 나간 아빠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는 아빠
 
 

100살까지 아빠랑 살고픈 아이

지은 지 30년이 넘은 집은 모든 것이 낡고 허름하다. 고장난 지 오래된 보일러는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아 아빠는 늘 방 한 켠에 전기장판을 깔아놓는다.

비올 때 천장에서 물이 새고, 밤이 되면 돌아다니는 쥐 때문에 혼자 화장실을 가는 게 무서워도 연우는 집에 가고 싶다. 그곳엔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서로를 만나는 날을 달력에 표시해놓고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아빠와 연우. “저 100살, 아빠 150살 될 때까지 아빠랑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헤어짐이 아쉬운 아빠와 연우
 

 

한 달에 한번, 서로가 만나는 날을 표시해놓은 달력
 
 

연우의 꿈

분홍색 벽지와 하얀 책상, 예쁜 방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연우는 아빠가 속상해할까봐 내 방이 갖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빠와 헤어지는 길 터져나오는 눈물 마저 꾹 참는 연우.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 같은 연우도 꿈 얘길 묻자 천진난만 영락없는 10살 소녀로 돌아간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게 많은 연우는 간호사, 연예인,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꿈이다.  

 

아프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들이 저를 돌보고 도와주시는 것처럼
저도 어려운 사람들과 친구들에게 받은 도움을 다시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느새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 “전화하면 빨리 받아 아빠.” “아이고 알겠다니까. 밥 좀 많이 먹고 잘 지내고 있어.” 한참 그렇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빠와 연우. 더는 헤어짐 없이 따뜻한 집에서 함께할 날을 아빠와 연우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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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기획팀 채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