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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이웃이야기

변화의 선물, 자립

2016.07.06
어렵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준비와 도전을 거듭하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기획특집에서는 또 다른 시도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립의 길을 열어가는 르완다의 사회적기업 ‘카페 드 기사가라’(Café de Gisagara)와 좋은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현지에 가장 필요한 커피 수매 방식

커피 생산업체인 카페 드 기사가라는 르완다 남부 기사가라 지역 (Gisagara District)에 위치한 굿네이버스의 사회적기업입니다. 커피 소비량이 많아진 우리나라에서도 르완다하면 커피를 떠올릴 만큼 르완다는 커피 재배 사업으로 유명합니다. 굿네이버스 의 르완다 무키자(Mukiza) 지역개발사업장(Community Develo pment Project, CDP) 근처인 기사가라 지역도 커피가 잘 자라는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석유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통량이 많은 커피는 르완다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작물입니다. 그러나 일부 조합은 커피열매(커피체리)를 선 구입하여 생두가 판매되면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당장 현금이 필요한 농민들은 커피 판매를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또한 제대로 된 재배방법을 몰라 품질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소득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굿네이버스는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고자 2014년 사회적기업 카페 드 기사가라를 설립했습니다.
카페 드 기사가라는 현지에 있는 3개의 협동조합과 거래를 하며 수매와 가공, 판매 부분뿐만 아니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기존 협동조합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1차 가공시설(Washing Station)을 장기 대여해 시설의 안정화와 기술적인 부분을 개선 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커피열매 재배법과 수확 노하우, 비료 지원 등 재배 관련 교육을 전수했습니다.
인접한 지역 내 협동조합과 농민지원센터, 커피역량전수 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재배ㆍ가공 기술을 알려주면서 좋은 품질의 커피가 생산돼 판매가 잘 될 수 있도록 힘쓴 것입니다. 이는 토지 면적당 생산량과 품질을 높여 조합원들의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카페 드 기사가라의 운영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조합원들과 지역사회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카페 드 기사가라는 처음 세웠던 이 목표를 차근히 밟으며 조합원들의 커피열매를 선매입하고 그 대금을 현금으로 바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영방식은 조금씩 조합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좋은 가격에 커피열매를 구매해주고,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서 살아가는 데 정말 큰 힘이 됩니다.”
2015년부터 카페 드 기사가라에 커피열매를 판매했다는 하그니마나(Hagenimana) 씨는 지금까지 번 돈으로 4자녀의 의료보험을 들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예방접종도 받을 수 있는데 그동안은 가입비를 낼 형편이 안됐습니다.
하그니마나 씨는 앞이 보이지 않는 80세 남편 대신 계속 커피열매를 판매해왔지만, 판매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활은 늘 어려웠습니다. 그런 하그니마나 씨에게 카페 드 기사가라는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제가 수확한 커피열매를 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니까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적은 양의 커피열매도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카페 드 기사가라와 일한 후 모은 돈으로 농지를 구입해 다른 작물도 재배할 수 있게 됐어요.”
베아트리스(Beatrice) 씨 또한 2015년부터 협동조합을 통해 카페 드 기사가라에 커피열매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커피나무를 심어주었던 남편은 6년 전 하늘로 떠나고, 6남매와 함께 살며 베아트리스 씨가 커피나무들을 직접 관리해왔지만 열매를 판매하진 않았습니다. 판매해도 대금을 온전히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카페 드 기사가라에 판매하면 현금으로 바로 100% 받을 수 있어요. 이게 가계소득으로 연결돼 돈을 모을 수 있게 됐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지난해엔 농경지도 샀어요. 그동안 비용을 내고 빌려서 사용했는데, 이제는 제 소유의 땅에서 마음껏 다른 농작물도 재배할 수 있게 돼서 소득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

카페 드 기사가라 생산책임자이자 현지 커피 산업 25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임마누엘(Emmanuel Maniragaba)은 운영 첫해였던 2015년, 조합원들이 매우 만족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현금을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욕구를 채워준 카페 드 기사가라에 조합원들이 바로 반응한 것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수확물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의욕이 떨어져 있던 르완다 농민들에게 카페 드 기사가라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품질에 합당한 값을 지불하고 고품질 커피열매의 경우 프리미엄 가격을 제공해 조합원들이 좋은 품질을 수확, 납품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커피 재배를 향한 열의를 높여준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농민들이 보유한 커피나무의 관리를 직ㆍ간접적으로 도와 그루당 생산량 증가와 양질의 열매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커피 수확기는 1년 중 3개월 정도인데, 비수기 때 커피나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수확기간 중 어떤 시점에서 열매를 수확하느냐가 커피의 품질과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카페 드 기사가라는 바로 이 방법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품질보다 양에 중점을 뒀다면 커피나무에서 열매를 따기 시작하는 시기의 중요성 등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처음 듣는 재배법에 조합원들은 귀를 기울이면서 듣기 시작했고, 직접 커피열매를 따와 상태를 검사 맡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으로 더 높은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해 커피를 재배하는 주요 지역별 토질분석을 진행하고, 이 결과에 따라 차별화된 재배법을 구성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커피열매 재배법을 교육받고 있는 지역주민들

질적인 채움을 통한 발전

카페 드 기사가라는 자체적으로 재배 전문가를 파견해 직원들이 많은 조합원들을 때때로 방문함으로써 시기에 맞는 재배법 교육과 모니터링을 진행합니다.
또한 지역별로 적합한 비료를 식별하고 이를 공급하는 일도 해나갈 계획을 세워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대학원들과 연결해 현지에 적용할 수 있고 가공 가능한 비료를 생산할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2014년 설립 당시부터 함께 한 유일한 한국인 파견직원인 정규영 대리는 카페 드 기사가라를 5년 안에 건강한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와 비전을 품고 2년 전 르완다에 온 후, 그 도전을 조합원들과 함께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꾸준히 우리 커피를 구매해줄 수 있는 수요처를 확보하는 게 필요해요. 굿네이버스 회원님들께서 르완다 커피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구매하기 원하는 곳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르완다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며 정직하게 키워낸 커피열매는 ‘더네이버스 커피 르완다’라는 이름으로 올해 6월 말 한국에서도 판매를 실시했습니다. 원두의 판매수익은 다시 카페 드 기사가라로 보내져 조합원들의 커피열매를 선매입하고 대금으로 지급하며 선순환구조를 이뤄가게 됩니다.

 

변화를 일으키는 힘

이처럼 카페 드 기사가라는 조합원들이 마주한 현실을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발판이 돼 지역사회의 소득을 높이고, 세계 커피시장에서도 당당히 승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페 드 기사가라 같은 사회적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현지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을 마련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가계 소득을 높이고 비즈니스 실무인력을 현장에서 트레이닝하면서 인적자원을 길러낼 수 있다는 점은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이 다루지 못했던 분야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자금 지원 없이 스스로 지역사회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공동체 교육을 하고 주민 모임을 활성화시키는 사회적 경제의 기반을 단단히 다져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모래 위의 성’이 되지 않기 위해선 기술적인 부분을 끊임없이 지원하고 조합원들의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협동조합을 이끌어가고 지역환경을 더 좋게 만들어가기 위한 손길과 마음이 더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일어나기 위한 노력과 시도, ‘카페 드 기사가라’와 함께 지역사회, 조합원들의 생활에는 그렇게 조금씩 행복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커피열매가 맛있게 익어가는 만큼 르완다는 커피나무에 맺히는 가능성을 발견하며 희망찬 미래에 한 발짝 더 다가갑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기회를 만난 사람들,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열어가는 이들을 함께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굿네이버스의 사회적경제개발사업

굿네이버스는 2010년 8월 몽골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네팔, 르완다 등 현재까지 총 4개의 사회적기업을 설립ㆍ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를 개선하거나 조합의 수익을 창출하는 제품 생산을 통해 빈곤, 환경 등 지역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협동 조합, 자조그룹 등을 운영함으로써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역량과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 그룹인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농업, 축산, 소규모 창업 등 다양한 소득증 대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활동은 지역사회 내 협동과 자립을 바탕으로 지역주민 스스로 자율적인 경제 활동의 주체로 세우는 사회적경제개발(Social Economic Development)*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굿네이버스의 사회적경제개발은 조합을 통한 소득증대사업과 사회적기업 사업으로 구분되며 적정기술을 활용한 접근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경제개발 :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균형 있게 지향하며, 소득증대 및 지역 경제 구조 개선을 추구하는 사업입니다.

 
 

 
2016년 ‘좋은 이웃’ 기획 시리즈에서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국내외 현장에서 세상을 위한 좋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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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기획팀 채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