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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획] 굿네이버스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

201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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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성학대 예방 인형극

 

학교 돌며 성학대 예방극 No·Run·Tell 3단계 학습

 

"인형 활용하니 효과 높다" 현지 교장들도 적극 호응

 

 

 

지난 9월 1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화접초등학교 강당. 올망졸망한 1·2학년 학생 103명의 시선이 무대 위로 집중됐다. 검정 커튼이 열리고 막이 오르자, 분홍 원피스를 입은 새별이가 등장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나의 몸은 내가 지킬래~."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한다. 학교 주변을 막 벗어나자, 낯선 어른 한 명이 다가온다. "새별이네 집 근처에 볼일이 있는데, 집에 데려다줄게." 아빠 친구라는 낯선 어른과 함께, 새별이는 아무런 의심 없이 집으로 들어간다. "속옷에 흙이 묻어있네. 아저씨가 털어줄게." 갑작스러운 요구에 새별이가 머뭇거리자 그는 "어허~ 어른 말을 안 들으면 나쁜 아이지!" 하며 호통을 친다.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는 새별이 모습을 보고, 화접초등학교 강당에 앉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소리치기 시작했다.

 

"싫어요! 하지 마세요!"

 

아이들의 목소리에 용기를 얻은 새별이도 아저씨에게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지르며 도망을 갔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아이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굿네이버스가 진행한 성학대 예방 인형극 1막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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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9월 18일, 경기도 남양주시 화접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성학대 예방 인형극 시간에 진행된 OX 퀴즈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2. 인형극 주인공 새별이에게 낯선 남자 어른이 접근하자, 화접초등학교 학생들이 “안 돼요!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3. 굿네이버스 직원이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는 물론이고, 온화한 아주머니, 할머니, 친절한 청년들 모두 여러분이 조심해야 할 낯선 사람에 해당한다”며 교육하고 있다. 4. 아이들이 몸의 부위별 형태와 역할에 대해 배우는 ‘우리 몸은 소중해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5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초등학교 입학 시기인 만 7세 전후 대상 성범죄 급증

 

지난 7월 경남 통영에서 등굣길 아동을 납치 살해한 사건에 이어, 전남 나주에서 잠자던 아동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 등 아동 대상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성학대 예방 교육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어린이집·유치원 등 2842곳의 유아 교육기관을 직접 방문해 아동 성학대 예방극을 진행해온 굿네이버스는, 올 하반기부터 정관장의 후원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인형극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다. '내 몸을 지키는 소중한 약속'이란 프로그램은 벌써 272개 초등학교에서 학생 3만5119명을 만났다. 굿네이버스 김미주 홍보팀장은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의 47.5%가 13세 미만 아동이며, 이 중에서도 초등학생인 7~12세 아동 비율이 41.8%에 달한다"며 "초등학교 입학 시기인 만 7세 전후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횟수가 급증하는 만큼 맞춤형 예방 교육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학대 위험 상황을 다룬 인형극 1막이 끝나고, OX퀴즈가 진행됐다. 우성희 굿네이버스 사회개발사업부 대리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촌 오빠와 둘이 있는데, 오빠가 먹을 것을 준다면서 내 몸을 보여달라고 해요. 보여줘도 되면 오(O), 안 되면 엑스(X)로 답해주세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 100여명이 머리 위로 X자를 만들었다. 3가지 문항으로 구성된 OX퀴즈가 끝나고, 다시 실내가 어두워졌다. 인형극 2막이 시작되자, 낯선 아주머니가 새찬이에게 접근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아줌마한테 최신 게임기가 있는데, 너한테 주고 싶구나. 자동차 안에 있는데 같이 가볼래?" 게임기를 준다는 말에 신이 난 새찬이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였다. "도망가, 새찬아!"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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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외치고, 도망가고, 어른에게 이야기하라

 

굿네이버스가 개발한 인형극 프로그램은 'No-Run-Tell'로 이어지는 3단계 예방법으로 구성된다. 아동이 위험 상황에서 '싫어요, 안 돼요'를 외치고(No),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서(Run),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이야기하도록(Tell) 학습시킨다. 인형극이 끝난 후에는 달리기 연습이 이어진다. 우성희 굿네이버스 사회개발사업팀 대리는 "많은 아이가 전력 질주를 해 본 경험이 없고, 발 전체를 지면에 댄 채로 달리기 때문에, 위험 상황에서 도망을 못 가는 일이 많다"며 "서울대 운동행정실험실 연구원에게 자문해서, 아이들이 전신을 조화롭게 사용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패턴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Tell) 역시 중요하다. 적절한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직접 경험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학대 예방 인형극을 5년 넘게 진행해 온 강사 이숙희(45)씨는 "많은 아이가 자기가 잘못해서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게 됐다고 생각해 움츠러들곤 한다"면서 "그래서 인형극 내용 안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자기 경험을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교육은 아동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필요하다. 굿네이버스는 부모가 유괴 및 성학대 위험 상황을 이해하고 가정에서 대처 방법을 연습할 수 있도록, 교육 CD를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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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극과 체험 수업 통한 성학대 예방 교육

 

지난 5년간 성과도 많았다. 우성희 대리는 "유치원에서 인형극을 본 아이들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면서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하더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유아 교육기관과 초등학교에서 성학대 예방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40분간 인형극과 체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게임기를 준다고 하면 나도 따라갔을 것 같다"면서 진지한 표정을 짓거나, "엄마랑 같이 또 보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양태인(9)군은 "이제 위험한 상황이 오면, '싫어요! 하지 마세요! 하고 열심히 소리지르고 도망가야겠다"면서 "인형극을 못 본 친구들한테 빨리 전해줘야겠다"고 했다.

 

김봉길 화접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인형을 활용하니 교육 효과가 더 높다"면서 "학교 자체적으로 성학대 예방 교육을 할 수도 있지만, 아동 전문 기관의 도움을 얻으니 더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성학대 예방 교육은 유아 교육기관과 초등학교에 전문 강사가 파견되며, 교육비는 무료다. 가까운 굿네이버스 지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교육 신청 문의 1544-7944

 

 

남양주=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blossom@chosun.com

 


 ☞ "학원 운영자, 강사도 아동학대 신고해야" ... 장화정 관장 인터뷰   기사 원문 바로가기 확인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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