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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로 간 11명의 아이들 마음에 뿌려진 작은 씨앗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 캠페인]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8·끝> 네팔로 간 희망봉사단

 

논이 끝없이 펼쳐졌다. 차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는 흙길, 빗물이 고인 웅덩이엔 물소들이 앉아 있었다. 길 양옆엔 나지막한 흙집 대여섯 채가 모여 있었다. 막다른 길목 끝에, 무지개색 아담한 집 한 채가 있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비행기와 차로 꼬박 하루가 걸리는 꺼이날리의 작은 시골 마을, 비샬(10)군의 집이다.

"나마스테, 베떼러 쿠시라교. 메로남 민경(안녕,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민경이야."

이민경(12)양이 한국에서부터 외워간 네팔어로 또박또박 첫 인사를 건넸다. 비샬(10)군 역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와~ 비샬 오빠 집이 무지개색으로 예뻐졌어요!" 전서원(8)양이 손가락으로 집을 가리켰다. "이곳은 내가 쓰는 방이고, 여기는 동생들이랑 엄마가 쓰는 방이야. 여기서 잠도 자고 공부도 해. 이제는 비가 와도 무너질 걱정 안 해서 좋아." 비샬이 멀리서 온 친구들에게 직접 집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비샬의 어머니 기타(40)씨는 뒷마당의 염소를 보여주며 "이제 돌 깨는 대신 염소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다 같이 힘을 모아 비샬 집을 꾸며주자"는 양용희 굿네이버스 네팔지부 간사의 말에 아이들은 붓을 들고 비샬 방 한쪽 벽 그림에 색을 입혔다. 어깨동무하는 친구를 벽에 그려주고 나오는 길, 김미리(11)양은 "비샬이 월 페인팅을 보면서 우리를 오래 기억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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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페인팅을 끝낸 희망봉사단과 비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굿네이버스 제공

 

◇"피부색이 달라도 마음이 통해"

 

지난 8월 5일 11명의 희망봉사단 아이들과 7명의 학부모가 네팔로 향했다. 굿네이버스가 5년째 진행하는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 올해의 주인공, 비샬을 만나기 위해서다. 4년 전 아버지를 잃고, 아픈 엄마와 두 동생을 대신해 자기 주먹보다 큰 돌을 망치로 깨며 돈을 벌던 소년. "학교에 너무 가고 싶다"며 고개를 떨어뜨리던 비샬을 향해 237만개 희망의 편지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모였다. 총 세 차례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 아이들에겐 편지의 주인공 비샬을 직접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비샬의 집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학교. 비샬은 이제 공사장이 아닌 학교에 다닌다. 운동장에는 전교생이 모여 한국에서 온 친구들을 반겼다. 한국 희망봉사단 친구들이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한 '레썸삐리리' 네팔 민요 공연으로 문화 교류 시간이 시작됐다.

"아무래도 형이 제 말 알아듣는 것 같아요! 검은색 크레파스 달라고 했는데 주던데요? 너무 신기해요!" 이주완(7)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 편지에는 뭐라고 쓴 거지? 형, 뭐라고 쓴 거야?" 주완군이 손가락으로 비샬이 쓴 네팔어 글자를 가리키자, 비샬이 알아들었다는 듯 킥킥 웃으며 대답한다. "만나서 진짜 반갑다고, 주완이 만날 웃는 얼굴이라 보기 좋다고 썼어요." "거봐요, 비샬 형아가 알아듣는 것 맞죠? 대답하잖아요! 말이 통하니 신기하네~."

네팔 친구 한 명에 한국 친구 한 명씩 짝을 지어 짝꿍의 얼굴을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담는 시간.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흘깃거리며 그림을 그렸다. 손어진(12)양은 자기가 그린 네팔 짝꿍 그림을 보여주며 "옆모습이 멋있어서 옆을 보는 걸 그렸다"며 "네팔 친구들이랑 서로 그림을 그려주니 뭔가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튿날, 태양을 피해 실내에 모인 아이들이 두 팀으로 나눠 운동회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가장 신난 시간은 릴레이 풍선 나르기. 짝끼리 한팀이 되어 풍선을 품에 안고 뛰어 돌아오면, 뒤의 짝꿍이 릴레이를 잇는 경기다. "풍선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백팀 이겨라~ 이겨라~" 아이들은 같은 편 친구들이 빨리 돌아오길 응원하며 손뼉을 쳤다. 임채원(10)양은 "피부색이 달라서 처음에는 같은 편이라는 게 좀 어색했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몰랐다"며 "한국에 돌아가서도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고 했다.

 

◇"저도 비샬 오빠네 놀러 왔으니까 오빠도 우리 집에 놀러 왔으면…"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네가 원하는 의사가 되길 응원할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날 전다은(12)양이 직접 쓴 편지를 읽고 굿네이버스 현지 직원이 통역하자 비샬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차례로 악수하고, 포옹을 나눴다. 주완이 차마 인사를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자 비샬이 와서 주완을 꽉 안았다. 아이들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비샬 역시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꿈만 같아요. 한국에서 친구들이 나를 만나러 올 거라고는 태어나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여기까지 와준 친구들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5일에 걸친 네팔 친구와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9일 밤,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민경양의 노트는 삐뚤빼뚤한 글씨와 그림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저 비샬 오빠 보는 거 너무 기다렸어요. 동영상 보고 진짜 감동받아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거든요. 네팔은 우리나라랑 진짜 다른 것 같아요. 음식도 그렇고 날씨도 정말로 더웠어요. 그런데 비샬 오빠랑 다른 친구들은 우리랑 진짜 똑같은 것 같아요. 저도 비샬 오빠네 집에 놀러 왔으니까 오빠도 꼭 내 집에 놀러 왔으면 좋겠는데…."

회사 휴가를 이용해 네팔을 다녀온 김민경양의 아버지 김홍남(35)씨는 "아이에게 값진 경험이 되었던 순간을 함께 보내 마음이 벅차다"며 "민경이가 보고 느낀 것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삶 속에 스며들어 어떻게 아이를 변화시킬 것인지 무척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네팔, 네팔 안에서도 가장 가난한 꺼이날리에서의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같고도 다른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고성훈 굿네이버스 아시아권역본부장의 바람대로 아이들 마음속에 뿌려진 작은 씨앗을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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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영 더나은미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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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1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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