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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3)

아동학대 예방정책 전문가 좌담회
아동학대 매일 18건 발생·매달 1명 사망… 아동문제 정책 우선순위서 소외
중앙정부에서 전담 관리해야 바람직
특례법 시행 예산 0원, 예비비 편성 시급… 경찰·검찰뿐 아닌 국민 인식개선 중요

 

 

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나라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추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사실, 아이들을 속수무책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월호 사고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울산 서현이 사건'이나 '경북 칠곡 계모 사건' 모두 '막을 수 있었던' 참사다. 하루 18건의 아동 학대가 발생하고, 매달 학대로 인해 아동이 한 명꼴로 사망하는 나라. 더나은미래는 정부, 학계, 현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 체계 구축'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회로 이뤄진 이날 좌담회에는 김정미 경기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기관 관장,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한선희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홍종희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과장(가나다 순) 등이 참석했다.

 

  


	아동학대 예방정책 전문가 좌담회

 

 
 

이봉주=지난해 12월 '아동학대 범죄 및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과 아동복지법이 제·개정됐다. 오는 9월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아동학대 보호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정미=아동학대 특례법으로 경찰이 동행하게 되면서, 그간 누수(漏水)됐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내에 총 1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는데, 작년 3~4월 192건에서 올해는 219건으로 14%나 증가했다. 경기도 5개 시를 관할하는 경찰서·파출소가 50곳인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딱 1곳이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 인프라로는 쏟아지는 사례를 감당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선희=지금처럼 아동학대 방지 사업이 지자체 예산으로 이뤄지는 한 인프라 확충은 불가능하다. 전라남도는 재정 자립도가 가장 낮은 지자체 중 하나다. 지자체 관계자와 수차례 대책회의를 했지만, 예산 증액이나 개소 증설, 상담원 충원 등은 늘 논의에서 제외된다. '돈이 없다'는 게 이유다. 특례법이 시행되면 경찰과 같이 출동해야 하는데, 경찰들이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지금이라도 시행할 여력이 되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 쪽이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다. 이 상태로는 법이 시행돼도 달라질 게 없다.

장화정=최소 아동 인구 10만명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개는 있어야 한다. 244개 시군구 중 최소 100개는 되어야 한다(현재 전국 50개의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서 평균 19만명의 아동을 담당한다). 상담원도 기관당 최소 15명은 필요하다. 9월에 특례법이 시행되면, 야간 출동, 학대아동에 대한 임시 조치 청구, 가정법원 보고서 작성, 학대 행위자 상담 교육 등 업무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특례법 시행을 위해 책정된 예산이 0원이다. 예비비로라도 예산을 시급히 편성해야 한다.

정익중=외국은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이라고 해서,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아이들이 특정 수준 이상의 보호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지자체 예산에 맡기면, 표가 없는 아동 사업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소외된다. 아동 문제는 국고 환수해 중앙정부에서 하는 게 맞다.

◇아동 학대 전담 사법 체계 필요해

이봉주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법무부·교육부·여성가족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하는 문제다.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검찰이 공조하게 됐다.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한데.

홍종희=현재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문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법무부·보건복지부·경찰청은 지속적으로 각자의 인프라를 연계할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공동 운영 지침도 마련 중이다. 법무부의 경우, 사례관리회의를 교육 과정에 넣을 계획이다.

김정미=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간의 시각 차이가 여전히 크다. 최근 경찰관이 학대아동을 설득해, 가해 부모를 조사하지 않고 돌려보낸 사례도 있었다. 상담원과 경찰·검찰이 공조해야 하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교육이 필요하다.

정익중=2012년 연구로는 경찰이나 검사들의 아동학대 인식이 일반인보다 낮았다. 외국의 경우, 아동학대를 전담으로 하는 법원과 검찰, 변호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검경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는 별도로 아동학대를 전담으로 다루는 인력이나 기구가 설치될 필요가 있다. 컨트롤타워 부처와 관련, 아동학대가 처벌보다는 예방과 가족교육이 중요하고 가정 빈곤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이니만큼, 전반적인 체계는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사법 체계가 협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본다.

◇아동학대 보호 체계, '비정상적'

이봉주
=신고 의무자는 아동학대를 예방·조기발견할 수 있는 최일선에 있는 이들이다. 신고 의무자와 관련해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나.

정익중=아동학대 특례법 도입으로 신고 의무자 직군이 기존의 22개에서 24개로 늘고 과태료로 500만원으로 늘었지만, 크게 의미 없다. 과태료를 부과하려 해도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다. 학대아동 사례가 접수됐을 때 주변 신고 의무자들에게 알려 '관리망'이 되어주도록 하고, 같은 아동이 2차, 3차 신고가 접수됐을 때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재학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장화정=언론도 문제가 있다. 신고자 신원이 기자들에 의해 드러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대아동을 취재할 때에도 보도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칠곡 계모 사건의 경우, 초등학교 화장실까지 쫓아가 아이를 인터뷰해 문제가 됐다.

이봉주=장기적으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홍종희=경찰, 검찰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 안에 가해자도 있고, 신고 의무자도 있다. 아동학대 특례법 도입의 가장 큰 의의는, 아동학대 문제가 단순 가정사가 아닌 국가가 사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 데 있다. 아동학대 전담 검사도 도입할 예정이다.

한선희=아동학대 사건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예방과 부모 교육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서 준비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이봉주=세월호 사건을 보더라도, 평상시 기본 체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의 경우, 너무 적은 인력으로 과다한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하다 보니 소진도 심하고 업무 과부하 정도가 심각하다. 현재 아동학대 보호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거다. 이런 상황에선 언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결국은 예산도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다. 아동학대 예방 체계를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 우리나라 총예산 규모 대비 결코 큰 액수가 아니다. 아동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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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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