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의 아픔으로 낳은 자녀가 아니라도 사랑만으로 한 아이의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엮인 구성원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가정위탁보호를 통해서라면 가능한 일이 된다. 입양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가족의 사랑을 전할 수가 있다. 가정위탁보호는 부모의 이혼, 실직, 질병, 학대 등의 문제로 친부모의 양육을 받을 수 없는 아동을 친인척 가정이나 건강한 타인의 가정에서 일정 기간 동안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정위탁보호는 입양과 같이 영구적으로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합의한 일정기간동안 양육하여 위탁아동, 친가정, 위탁가정과 가정위탁지원센터의 네 주체가 협력하여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친가정으로의 복귀를 돕는 것이다.

울산광역시 동구에 살고 있는 이이우박윤옥 씨 가정은 요즘 들어 다시 활기가 넘친다. 3년간 가정위탁으로 키워온 지영, 미영이 자매를 보내고 난 빈자리를, 얼마 전부터 함께 지내게 된 재희와 윤희라는 예쁘고 깜찍한 두 자매가 채워주고 있기 때문. 친자녀도 아닌 아이들을 3년이나 키우고 어떻게 다시 위탁을 할 생각을 했냐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말로 간단히 대답하지만 그들의 말에서 그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이이우씨 가정 외에도 위탁가정으로 2~3번씩 아이들을 위탁 양육하는 가정들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쉬워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마음과 달리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은 애정에 대한 목마름을 음식에 대한 지나친 욕심으로 나타내었고, 때로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거나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친자녀를 기르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들을 겪으며 위탁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지금껏 자라온 환경을 돌아보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다시, 또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 사랑과 인내로 아이들을 보듬는 동안, 아이들은 조금씩 변해갔다. 손바닥을 뒤집듯 쉽게,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집에 돌아갈 즈음에는 분명 어딘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변하는 기쁨 때문일까? 이이우씨 가정처럼 한 번 위탁양육을 하고 다시 위탁 보호를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위탁가정의 여러 어려움을 감소하기 위해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탁가정을 방문하여 위탁부모와 아동상담을 실시하고, 친가정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람직한 양육을 위한 위탁부모 보수교육, 위탁부모의 노고를 치하하는 위탁부모대회와 위탁가정 나들이 등 여러 프로그램과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정서적 지지를 위한 1:1 자원봉사자 연계서비스, 교복지원, 생계비지원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함으로써 위탁가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호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돕는 일은 다른 누군가가 하도록 미루기만 할 일은 아니다. 물론 모두가 위탁 가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경제적인 지원으로, 다른 누군가는 학습 지원으로, 또 상담이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동참할 수 있다. 나의 가정에도 생길 수 있는 일, 나의 아이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기에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글_ 조양인(굿네이버스 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 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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