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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젖소가 북한으로 가는 이유

2006.05.10


1998년부터 북한에 젖소지원사업을 시작하여 현재 4개의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단체에서는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에 물자인도를 하기위한 특별한 출장이 직원들에게 주어진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우유를 공급할 갓 5개월이 된 어린 젖소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우리의 임무. 갓난아이를 보살피는 엄마처럼 모성애를 발휘한 10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의 이번 출장은 첫 시작부터 설렘 그 자체였다.



우리단체에서 대북협력부 특히 젖소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젖소전문가'들로 구성된 곳이다. 건강한 젖소를 보내기 위해 젖소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부터 사료급여, 검역과정 등 결코 쉽지 않은 과정들이 쉴 새 없이 진행되지만 담당자의 열성적인 모습을 보며 대북지원사업의 희망을 엿보게 된다.




다소 어린감이 있지만 적응력이 빠른 5개월 된 젖소 34마리를 북한에 보내기 위해서는 그 까다롭다는 검역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다른 나라로 한발 짝도 들여놓을 수가 없다한다. 검역절차를 밟기 위해 서둘러 젖소들을 데리고 간 곳은 계류장.

목장에서 트럭 뒤 칸에 젖소들을 싣고 계류장으로 향한 그 날은 내가 처음으로 젖소들과 인사한 날이다. 그렇게 가까이서 젖소를 본 것은 내 생애 처음이었고 젖소의 그 커다란 눈망울에 반해버린 나는 젖소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즐겁기만 하였다.



떠나기 전날 25일, 컨테이너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 하는 젖소들을 보살피기 위해 방역복 등의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인천항으로 갔다. 깨끗한 물을 먹고 젖은 풀은 먹지 않는 젖소들의 습성 때문에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은 필수. 좁은 공간 속에서 지내는 것이 익숙치 않은 젖소들을 위해 새벽잠을 설쳐가며 젖소를 돌보다보니 처음엔 피하던 젖소들도 혀로 손을 핥아주는 다정스러움을 보였다.





젖소지원사업을 후원하고 있는 이랜드 류승권팀장과 젖소의 건강을 돌봐줄 서울우유 권병근 계장, 서울동부 주진관 소장, 그리고 촬영을 맡은 내가 이번 젖소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팀원들이다. 이 분들과 함께 선적식을 마치고 인천항과 남포항을 정기적으로 항해하는 트레이드 포춘호를 탔다. 인천항을 서서히 출발하는 배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콩딱콩딱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설렘도 잠시, 우리의 임무인 ‘젖소지키기' 가 시작되었고... 계속 물을 갈아주고 혹시라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젖소가 있지 않나 체크하고 마른 건초를 공급해주는 등 배에서의 시간이 짧게 늦겨질 정도로 다같이 젖소를 열성적으로 보살폈다. 잠을 설쳐가며 젖소를 돌보는 우리의 지극정성을 하늘도 아셨는지 건강이 염려되는 젖소가 많지 않아 다들 다행스러워했다.




황해북도와 황해남도를 연결하는 서해갑문은 ‘횡포한 바다와 인간의 힘의 대결'이라 할 정도로 북한에서 자랑하는 시설이다. 서해갑문을 지나니 곧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북한 참사들이 있는 남포항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는 참사들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금새 친해져버린 그들로부터 첫날부터 어리둥절할 정도로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 날인 27일, 젖소를 키우고 있는 구빈리협동농장의 관리위원장이 왔다. 젖소가 있는 컨테이너를 차에 싣고 가져온 약품들을 설명하다보니 그동안 정들었던 젖소들과 헤어질 시간. 선한 눈망울이 자꾸 생각날 것 같아 가슴이 에려왔지만 건강하게 자라서 영양결핍과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건강한 우유를 생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젖소들을 보냈다. 젖소야! 정말 잘 자라다오! 홧팅!




우리가 머물고 있는 남포인민구락부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왠만해선 어려운 일. 그러나 우리단체가 지원하고 있는 남포육아원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깨끗하게 단장된 육아원의 모습에 왠지 모르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가 보낸 젖소들이 생산한 우유를 먹일 수 있다니... 아이들아! 건강하게 무럭무럭 커다오.


북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젖소를 보내고 육아원을 지원하는 등의 인도적 북한지원사업을 통해 굳게 닫혀 있던 문들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실감하고 온 이번 방북으로 북한지원사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안내원들이 불러준 ‘다시 만납시다'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기획홍보팀 임경숙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