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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북한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제목이 아마 이랬던 것 같다.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이제는 북한도 어느 정도 개방이 진행되어 개성이나 금강산은 돈만 있으면 아무나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공식행사가 있을 때만 갈 수 있는 금단의 땅이 바로 ‘평양’이다. 그런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지리란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러던 내게 평양 땅을 밟을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바로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 방북 대표단의 일원으로 가게된 것! 가슴 터질 듯한 설레임을 가득 품고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시내 중심가에 있는 한 숙소에 여정을 풀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오는 동안 바라본 거리 풍경은 우리의 1960년대를 생각나게 했다. 상점이며, 양복점, 이발소 등의 간판은 네온사인 하나 볼 수 없었고, 그저 철판에 페인트로 써놓은 글씨가 전부였다.
평양의 거리는 참으로 한가로워 보였고 녹지와 공원은 아주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도시의 녹지 조성율은 무려 40%에 이른다고 한다. 봄이면 만경봉, 만수대, 보통문거리, 금수산 모란봉 등에 봄꽃들이 아름답기 그지없어, 평양을 ‘꽃의 도시’라고도 하고, 버드나무가 많아 ‘유경(柳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보집을 봤는데 남한의 어느 도시가 이보다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대표단 일행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찾았다. ‘학생소년궁전’은 17세까지의 학생들이 방과후 예능수업을 받는 곳이다. 하기 싫은 학생들 몇몇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예능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수업참관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나와서 환영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맑디맑은 목소리와 앙증맞은 몸동작도 마음에 와 닿았지만, 남측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오랜 시간동안 준비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공연 내내 뭉클해오는 가슴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많은 관중들이 일어나 꽃다발을 전달했다. 아이들은 셀 수 없이 많은 꽃다발을 흔들며 우리의 환호에 보답했다. 그런데, 무대의 막이 완전히 내려간 후에도 아이들이 무대에 엎드려서 여전히 꽃다발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저건 무슨 신호일까? 너무 너무 반갑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는 신호일까?’

둘째 날은 우리의 모든 공식행사들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침 일찍 남포에 도착하여 남포와우도 병원 준공식에 참석했다.
인근 주민 17만 명이 이용하는 남포 와우도 병원은 2년 전까지만 해도 1950년 이전에 지어진 목조 건물이었다. 세워진지 수십 년이 흐르다 보니 내부 목재가 썩고, 단열이 되지 않아 환자들이 위험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고.
이처럼 낙후된 남포와우도 병원을 굿네이버스와 구세군이 함께 새 단장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낙후된 시설 개보수로 인근 주민들의 건강 증진과 치료를 가능하게 해줄 와우도 병원 준공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 정말 뿌듯했다.

우리 일행은 와우도 병원에 이어 남포육아원을 방문했다.
이곳 역시, 북한의 어린이들이 보다 나은 교육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이어진 사랑의 손길로 새롭게 건물을 준공하고 단장한 곳이라고 했다. 갓 태어난 아이들도 있었는데, 병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이곳에 누워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평양에서의 마지막 날,
북한 주민들이 떠나는 우리를 향해 노래를 불러주며 손을 흔드는데, 그 흔드는 손 너머로 그들의 눈물이 보였다. 그들의 손짓 하나, 몸짓 하나마다 고마움과 그리움이 절절하게 배어있는 것 같았다. 나는 혀가 모자라, 그들에게 반갑다는 말도,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 하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남겨두고 돌아왔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북한에서의 여정들은 내 평생 결코 잊지 못할 기억저장소에 보관되었다.
‘동족’인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 참사관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음을 돌아와서야 알게 되었다. 부족한 전력 때문에 자꾸 꺼지는 전등과 에어컨을 켜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동분서주했던 송산식당의 전기 기사님, 자신들은 참배를 하면서도 우리에게는 강요하지 않았던 관광지 안내원들의 작은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까지.

돌아와서 눈을 지긋이 감고 있으려니 그들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서만 들어보던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굿네이버스의 사업장을 견학하면서 북한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따뜻한 사랑이 그들에게 건강과 꿈을 심어 줄 수 있음에 희망을 가득 안고 돌아왔던 시간들 이었다.

아침에 침대를 정리하는 손길을 위해서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2달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그 자리 그대로 남아 있던 둘째 날 아침을 떠올리며, 따뜻한 사랑으로 하나 되는 그 날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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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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