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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우리아이 우리가족의 뇌는 건강한가

2015.02.21


나는 18년이라는 긴 시간을 한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작업치료사로 일을 하였다. 그때 만났던 대부분 환자들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 뇌 손상으로 인해 걷거나 움직이는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며 인지능력이 부족하였다. 그 때 내가 했던 일은 다양한 치료활동을 통하여 뇌를 자극하고 조직화하도록 훈련하면서 운동과 감정을 조절하고 학습하며 일상생활능력을 향상시켜 다시 가정으로, 사회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는 뇌 전문가는 아니지만 뇌의 통합이 중요하고 뇌는 신체와 정신을 좌우하고 통제하는 위대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다양한 치료 경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환자가 치료적 과정을 통하여 뇌가 통합되고 하나씩 이루어 나갈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경험하였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나는 자녀에게도 1등보다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하였다. 이런 내 교육 방식이 어쩌면 자녀에게 도전정신보다는 안주하는 방법만 가르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뇌 영역을 단순하게 구분하면 일차적으로 생명과 관계되는 뇌 영역이 있고, 이차적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뇌 영역이 있으며, 통제와 조정과 집행을 실행하는 최상위 영역의 뇌 영역이 있다. 일차적인 뇌가 손상을 입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고, 이차적인 뇌가 손상을 입으면 감정조절과 학습이 힘들며, 삼차적으로 최상위 뇌가 손상되면 통제, 조정 및 집행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감정 조절과 통제가 안 되어 타인에게 피해를 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뉴스를 통해서 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사회의 잘못된 가치관과 인성교육의 문제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뇌 손상을 받아 통제력과 조절력을 상실하여 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흥미롭게 읽었던 ‘유리감옥–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이라는 책에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생각을 통제하는 그 무엇이 있음을 전제하고 있으며 할 일이 없어 편리해진 인간은 무능해지면서 단순해지고 사고의 정지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경고하였다. 정말 맞는 말일까? 자동화와 편리함이 너무나 우리의 사고를 단순하게 만들고 무능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동화된 손놀림으로 SNS에만 집중하고, 어떤 것도 기억하기 원하지 않고 좋아하는 시 한 구절조차 외우지 못하며 어떤 감동도 없어 독후감 한편, 영화감상문도 인터넷 복사 없이는 쓰지 못하는 힘든 현실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가 안정된 뇌로 잘 발달하도록,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열심히 뛰어 놀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타인과 더불어 사랑하며 사는 배려 많은 자녀로 성장하도록 뇌 변화를 이끄는 인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