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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배우며 자란 우리, 이제 '나눔' 가르칩니다


'수혜자' 학생에서 '봉사자' 선생님 된 3인의 나눔 이야기
대학생 봉사자와 함께하는 방학프로그램으로 빈곤가정 아이들과 추억 만들어


 
사는 곳도, 하고 싶은 일도 각기 다르다. 하지만 도유진(22·영남대 지역 및 복지행정학), 박찬영(22·나사렛대 사회복지학), 전수인(23·강원대 일반사회교육학)씨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 '나눔'을 거름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2002년 시작된 '굿네이버스' 빈곤가정 아동 지원 프로그램 '희망나눔학교'를 통해 행복한 유년시절을 만든 이들은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봉사자로서 그 현장을 다시 찾았다. 이들이 수혜자에서 봉사자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나은미래는 지난 3일, 나눔의 선순환을 실천하고 있는 3인의 봉사자를 만나 이들의 끝나지 않을 '나눔 이야기'를 들었다.
 

굿네이버스 ‘희망나눔학교’의 봉사자로 활동 중인 박찬영, 도유진, 전수인(사진 왼쪽부터)씨가
3일 굿네이버스 본부에 모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희망나눔학교 학생, 선생님으로 돌아오다
 
 
 

"개학을 하면 그동안 뭐하고 지냈는지 발표를 하잖아요. 친구들이 가족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나 새로 본 공연 내용을 자랑할 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유난히 주눅이 들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기분이었죠."
 
 
박찬영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올해로 4년째 굿네이버스 충남중부지부의 희망나눔학교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방학 중에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원활히 들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도하는 역할이다. 지난해에는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담당교사로도 참여했다. 박씨에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가족 이야기부터 꺼냈다.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박씨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말뚝박기나 술래잡기처럼 친구들이 많이 모여야만 할 수 있는 놀이도 문제없을 만큼 형제가 많다 보니 집에만 있어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방학이 시작되면, 친구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탓에 충분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없었기 때문.
 
 
반면 박씨와 다르게 그의 동생들은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그가 다니던 학교에 희망나눔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동생들이 방학 중에 다양한 문화체험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어엿한 중·고생으로 성장한 그의 동생들은 지금까지도 희망나눔학교를 통해 수영장, 스키캠프에 갔던 일을 이야기한다. "더 많은 동생들에게 행복한 방학을 선물하고 싶어서 자연스레 희망나눔학교 자원봉사를 결심하게 됐어요." 2012년 여름 희망나눔학교를 시작으로 박씨는 굿네이버스 아동성학대 인형극 강사,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사, 복지관 아동 멘토링 등 '봉사 중독'에 빠졌다.
 
 
2013년부터 굿네이버스 대구서부지부에서 희망나눔학교 봉사를 시작해, 올해는 본부에서 희망나눔학교의 운영 전반을 돕고 있는 도유진씨 역시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희망나눔학교에 참가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세 살 어린 동생과 함께 할머니 댁에 맡겨진 도씨는 희망나눔학교 참가를 계기로 대구의 하늘지역아동센터에도 다닐 수 있게 됐다.
 
 
"저희 자매에게 희망나눔학교 선생님들은 친언니, 오빠였어요. 지금 희망나눔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저희 자매랑 똑같아요. 제가 9시에 학교에 온다고 하면 아이들은 8시30분부터 나와서 저를 기다려요.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아니까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과 떨어질 생각을 안 해요. 같이 보드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굿네이버스 강원본부를 통해 올해 처음 봉사자로 참여한 전수인씨는 광주에 살던 초등학생 시절, 동생과 함께 희망나눔학교에 참가했다. 다섯 자매의 넷째였던 그는 "집에 가면 텔레비전을 보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은 밤 10시가 돼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고, 희망나눔학교에 참가하기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하는 방학숙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희망나눔학교는 어린 시절의 추억, 그 자체다.
 
"교실에서는 수십 명의 아이가 선생님 한 명만 보고 있잖아요. 그런데 희망나눔학교에는 4~5명짜리 모둠마다 담당 강사가 한 분씩 계셔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춰주셨어요. 개인으로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꺼낼 수 있었죠. '가정형편만 조금 어려울 뿐이지, 나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죠."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전씨는 고교 시절 망우청소년수련관에서 초등학생 멘토링 봉사활동을 하는 등 교육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사범대에 진학했고, 지금은 좋은 선생님이 되려는 목표도 세웠다. 희망나눔학교에서 2주간 아이들을 지도하고 보살피는 일은 그가 선생님으로서 해야 할 일의 '미리 보기'와 마찬가지다.

"희망나눔학교에서의 봉사는 정말 막중한 임무라고 생각해요. 예전의 저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나는 받기만 하는 존재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고 싶거든요. 한 명 한 명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봉사하며 한 단계 더 성장…아이들도 우리처럼 '나눔의 기쁨' 알 수 있길

 

세 명의 봉사자가 현장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는 확실하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달라진 모습이 그것이다. 도유진씨가 올해 초 만난 성규진(가명·7)군도 그중 한 명이다.
 
"규진이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서 그런지 수줍어하면서도 틱틱대는 경향이 있었어요. 집단활동을 할 때면 뒤로 빠져 있고, 옆에 앉아서 하나하나 짚어주면 그제야 따라 하고요(웃음). 당시 아동 발달을 감정노트(워크북)에 적어 가정으로 보내는 활동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적어 보냈더니 아버님이 답장을 적어주셨어요. '우리 규진이가 요새 집에 오면 계속 선생님 이야기만 해요. 표정도 훨씬 밝아졌고 말수도 부쩍 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성장하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희망나눔학교는 교과 보습에 치중한 일반적인 방학 프로그램과 다르게 전문가와 함께 예술심리치료 프로그램(집단활동)을 개발, 봉사자들을 굿네이버스 본부로 초청해 직접 교육한다. 그 때문에 대학생 봉사자와 사회복지 전공 실습생은 전문성을 쌓고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장차 사회복지사를 희망하는 박찬영씨가 "희망나눔학교 봉사활동은 단순한 봉사가 아닌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공부"라고 말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에게 올 여름방학이 가기 전 희망나눔학교 자원봉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놀랍게도 세 사람 모두 같은 대답을 내놨다.
 
"저희 모두 지금 만나는 아이들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지만, 좋은 선생님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성장했잖아요. 저희가 초등학교 시절 희망나눔학교에서 쌓았던 행복한 추억을 나누기 위해 봉사자로 참가했듯, 우리 친구들도 어른이 돼서 저희와 함께했던 희망나눔학교의 추억을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나눌 수 있길 바라요."

권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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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나눔학교 관련 보도 더보기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정서적 빈곤‥방학이 괴로운 아이들
☞ [EBS뉴스] 정서적 빈곤‥방학이 괴로운 아이들
  • 발행
  • 20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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