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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동보호 기관 55개, 돌봐야 할 아이들은 909만명
 

아동학대 처벌법 1주년, 아동보호 전문기관 실태 조사

전문기관 1곳이 평균 4개 시·군 관리
상담원 인력 부족, 최대 14시간 근무
피해 아동 쉼터도 37곳밖에 없어

학대 현장에 전문기관과 경찰 동행해
체계적인 조사 가능해진 점은 긍정적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7791건(2014년)으로 전년 대비 36%나 증가했다. 아동학대 신고 체계가 경찰(112)로 일원화되고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과 경찰이 함께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생긴 변화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아동학대 처벌법 지난 1년의 명암(明暗)을 알아보기 위해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의 협조를 받아 지난해에 이어 '아동보호 전문기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55개 아동보호 전문기관 중 서울 동남권 아동보호 전문기관(사례관리 전담)을 제외한 54개 기관이 설문에 참여했다. 편집자

 


 아동학대 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긍정적인 변화에는 '아동학대 사건 조사 체계 강화'와 '피해 아동 보호 체계 강화'가 각각 29.63%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아동학대 처벌법에 경찰·상담원의 현장 조사 동행과 '피해아동보호명령'이 명시되면서 생긴 변화다. 지난해 설문에서 아동학대 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기대되는 효과에 '학대 피해 아동의 보호 근거 강화(27%)'가 선정된 것과도 부합한다.

 조재만 구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계 아동학대 담당은 "아동학대 조사 현장에 경찰이 동행하면서 학대 행위자가 문을 잠그고 협조를 거부하거나, 상담원에게 폭행, 폭언 등 위협을 가하는 일이 줄었다"면서 "공조 체계가 긴밀해져 가정 폭력으로 신고가 들어왔을 때도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점 또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체계 개선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1만7791건 중 '혐의 있음'으로 이어진 경우는 66.7%. 더나은미래 설문 조사에서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아동학대로 판단하는 사례 중 26%, 월 30건 중 단 8건만 아동학대 처벌법에 해당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아동학대라고 판단한 사례가 아동학대 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은 이유로는 응답 기관의 절반 이상(66.67%)이 '법원·검찰·경찰 등 공조(共助) 기관의 이해 부족'을 꼽았다. 응답 기관의 44.44%는 '공조 기관의 이해 부족'을 아동학대 처벌법 이후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아동학대 처벌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조 기관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24.07%에 달했다.
 




 
◇학대 현장까지 3시간… 인력 충원·기관 증설 절실

 전체 아동보호 전문기관 중 절반 이상이 아동학대 처벌법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증설(31.48%)'과 '상담원 증가(20.3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나은미래가 지난해 4월 실시한 아동보호 전문기관 1차 전수조사(당시 지방자치단체 자체 운영 제외 총 47곳)에서 대부분의 기관이 '상담원 수 증가(30%)'와 '아동보호 전문기관 증가(24%)'를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응답했던 것과 비교해 별반 나아지지 않은 수치다. 아동학대 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 기관의 44.44%가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역할 강화로 인한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을 꼽았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 상담원들은 평균 근무 시간은 11시간, 최대 14시간에 달했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조치·사건 처리 지원' 등을 합한 업무 비율은 47%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다. 반면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례 관리'는 28%였고, 행정업무(17%)나 아동학대 예방사업 및 교육 항목(8%)이 그 뒤를 이었다. 늘어난 신고 사건 처리만 해도 급급하다는 반증이다.

 현재 아동보호 전문기관 한 곳당 관할하는 시·군은 평균 4개 이상. 개별 사례를 맡지 않는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을 포함해도 55개 기관에서 약 909만명(보건복지부 추산)의 아동을 살피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분소도 없이 철원부터 영월까지 무려 9개 시군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편도 200㎞ 이상, 차로 3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다.

 경기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 A상담원은 "현재 우리 기관에서 교육, 치료, 가정방문 등 아동학대 사례 관리를 진행하고 있는 케이스들을 지도 위에 찍어보면 거리상 멀지 않은 곳에 밀집해있는 걸 알 수 있다"면서 "기관에서 멀수록 아동학대 사례가 발견되기도, 학대 피해 아동에게 정서적 지원이나 가정방문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예방 정책 핵심은 '예산 확보'와 '인식 개선'

 보호자 등 가족의 심한 학대로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야 할 경우, 이들을 보호할 쉼터 역시 부족하다. 현재 운영 중인 학대 피해 아동 쉼터는 모두 37곳. 장애 아동이나, 외국인 또는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경우 자신을 학대한 부모가 있는 원가정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적장애 아동 학대 사례를 맡았던 상담원 B씨는 "법원이 1년 보호처분을 결정했지만 아이가 돌발 행동이 심해 받아주는 시설이 없었다"면서 "아동을 특성별로 보호할 수 있는 전문 쉼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지방비 100%에서 국고 보조(50%) 사업으로 전환되는 변화가 있었지만, 인프라 확충에는 역부족이다. 보건복지부 소속이 아닌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법무부)과 복권기금(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이 편성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은 형사벌금을 재원으로 하는 600억 상당의 소규모 기금으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김일열 과장은 "궁극적으로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각각 100개소로 확충하고자 한다"면서 "아동학대 재원이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와 관련,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정책적 차이는 많이 줄었다"고 평가하면서 "중요한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 전반의 인식 개선"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인력 부족은 예산만 정상화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바꿔야 할 것은 인식입니다. 특히 아동과 가장 가까이 있는 신고 의무자부터 정책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동학대 사건을 역추적해 신고 의무자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학대가 재발하면 신고 의무 태만 과태료 등을 물리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정부에서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으니 해당 보호자에게 아동학대 예방을 포함한 부모 교육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권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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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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