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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난 끝내고, 불평등 없애자…
17가지 목표에 세계가 주목한다

2015.11.10
○ 국제개발협력의 과거와 현재, 미래
○ 표면적 목표에 그쳤던 'MDGs' 이후…지속가능발전목표 'SDGs'새로 채택
○ 불평등 해소로 근본적 빈곤 해결에 집중 모든 주체가 책임지고 참여해야


▲ 국제개발의제 MDGs 달성 기한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유엔은 지난 9월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새롭게 채택했다. SDGs는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됐으며 2030년까지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지침이 될 예정이다.
/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 15년간 이행돼온 MDGs(새천년개발목표)가 올해 종료되면서, 9월 유엔정상회의에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가 채택됐다. SDGs는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키(Key)'가 될 수 있을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지난 2일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개발본부장, 박동철 굿네이버스 몽골지부장, 백순집 굿네이버스 르완다지부장, 성하은 굿네이버스 제네바국제협력사무소 대표, 허남운 굿네이버스 탄자니아지부장(이상 '가나다'순) 5인을 만나 국제개발협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물었다.

◇ MDGs의 '단순 빈곤 감소' 넘어…SDGs로 '근본적 불평등 해결'에 집중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개발본부장은 "SDGs는 표면적 목표 설정에 그친 MDGs와 다르게 빈곤의 원인에 집중했다"면서 "특히 국가 간 불평등뿐만 아니라 국가 내 불평등, 즉 소외된 여성과 어린이의 문제에 눈감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이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유엔 새천년정상회의에서 채택된 MDGs는 '절대 빈곤 및 기아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 실현' 등 8개 의제를 제시했다. MDGs는 국제사회가 추구해야 할 공통의 목표를 던지고, 이들을 한 방향으로 나가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지난 7월 유엔이 발표한 '2015 MDGs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1.25달러(약 1420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 인구는 1990년 45%에서 2015년 14%로 감소했다. 영양실조 인구도 23%에서 13%로 줄었다.

그러나 MDGs는 표면적 사회변화에 초점을 맞췄을 뿐, 불평등 해소를 통한 근본적 가난 해결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취약 계층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제 경제 발전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는 영양실조 인구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카리브 해 지역·오세아니아·남아시아·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영양실조는 2~10%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5세 미만 영아 사망 인구 역시 1990년의 3분의 1(1000명당 30명)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였으나, 개발도상국 기준 1000명당 47명에 머물렀다.

"현장을 발로 뛰는 INGO(International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들은 '불평등 해소 없이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국제 개발을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가장 소외받는 계층이었죠. 이에 굿네이버스는 여성축구단 'G-Football' 창단(네팔), 18세 미만 조혼금지법 촉구 운동(말라위) 등 여성과 아이들이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개발은 특정 국가, 특정 계층을 상대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SDGs 채택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개발 이슈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학교만 짓는다고 교육문제 해결?… 지속 가능하고 복합적인 개발 필요

MDGs 채택 이후 교육 인프라 지원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전 세계 초등학교 취학률은 90%를 넘어섰다. MDGs 시행 3년 만에 홍역 발병은 같은 기간 대비 67% 감소했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들은 "학교를 짓고 백신을 보급해 수치상 성과를 거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허남운 탄자니아 지부장은 "SDGs에서 언급했듯 지역사회의 문제를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형태로 해결하려면 더 복합적인 시선에서 개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개발본부장, 허남운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지부장,
박동철 굿네이버스 몽골 지부장, 백순집 굿네이버스 르완다 지부장, 성하은 굿네이버스 제네바국제협력사무소 대표.

"MDGs의 두 번째 목표인 '보편적 초등교육' 측면에서 굿네이버스는 지난 15년간 346개 초등학교를 지원해왔습니다. 직접 설립한 교육 시설만 해도 219개에 달합니다. 탄자니아지부 역시 25개교를 지원하고 있죠.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졸업을 하려면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필요하고, 진학을 하려면 중·고등교육 인프라도 있어야 하죠. 교사진도 양성해야 합니다. MDGs에서 SDGs로 넘어왔다고 해서 새로운 숙제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연속일 뿐이죠."

굿네이버스 탄자니아지부의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NTD) 관리 사업은 국제 개발의 복합적 측면을 잘 보여준다. 탄자니아지부는 국제적 관심이 부족한 소외열대질환을 예방, 치료하고자 2005년 기생충 관리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구충제 보급에서 위생교육, 보건위생 캠페인으로 커졌으며 2011년 전 세계 최초의 'NTD 전문병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진료·의약품 지원과 더불어 전문 의료진이 직접 기생충 연구 등을 진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굿네이버스는 또 주혈흡충 유충의 주 서식지인 빅토리아 호수를 대신할 생활 용수원으로 므완자, 코메 지역에 우물 50여개를 설치했다. 우물 수질검사와 오염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함께 전파됐다. 이러한 노력 끝에 주혈흡충 감염률은 40.6%에서 9.9%로 줄었다.

한편, 몽골 지부의 적정 기술 축열기 '지세이버(G-Saver)'는 하나의 개발 사업이 정치·경제·사회적 방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지세이버는 난로의 연료 효율성을 높여 매연을 줄이고, 몽골의 대기오염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세이버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세이버가 게르(Ger·몽골 전통가옥)에 설치되면서 호흡기 질환 감소, 연료비 절감으로 인한 삶의 질 향상 등 연속적인 선순환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울란바토르 시청은 2012년 지세이버 1500대를 울란바토르 바양골구에 보급했고, 자브항 지방정부도 예산을 지원해 지세이버 5000대 보급 사업을 진행했다. 지세이버를 제조하는 굿네이버스의 사회적기업 '굿셰어링(Good Sharing)'은 현지 주민 14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박동철 굿네이버스 몽골지부장은 "굿셰어링은 몽골 중앙정부와 각 시정부, 주몽 독일대사관, 현지 개인사업자 등 다양한 주체와 협력해 몽골 대기오염 해소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면서 "굿셰어링의 파트너십은 정부·기업·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촉구하는 SDGs의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개발 국가 주민, 대상 아닌 주체 돼야… 시민사회 역할 기대 

성하은 굿네이버스 제네바국제협력사무소 대표는 "막대한 ODA(공적개발원조) 기금이 사용됐어도 주민의 욕구와 필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사업은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여국과 수원국의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제 개발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임팩트(Impact)"라는 것이다.
 

▲ SDGs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 개발을 지향한다.
사진은 굿네이버스 르완다지부의 영양실조 예방 관련 사업 현장. / 굿네이버스 제공

국제 개발이 현지 주민들의 삶을 실제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참여'다. 굿네이버스는 2008년부터 현지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개발위원회(Community Development Committee·CDC)'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들은 각 지역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감독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35개국에서 199개의 CDC가 운영 중이다.

굿네이버스 사업에서 파생된 소득 증대 그룹 '조합'의 활동도 활발하다. 몽골·르완다·탄자니아 등 21개국에서 949개 조합이 운영 중이다. 조합에 참여하는 4만90여 가정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두 1인 1표를 행사한다. 조합이 존재 자체만으로 지역에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모델을 전파할 수 있는 이유다.

이미 마무리된 사업이 조합의 주도로 새 생명을 얻은 사례도 있다. 앞서 굿네이버스 르완다지부는 2012년부터 5세 이하 어린이가 가정에서 더 안정적으로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카기나 지역 가정에 젖소 200마리를 배분했다. 배분 사업이 모두 끝난 올해 1월, 마을 주민들은 조합을 조성해 젖소에게서 나온 우유를 상품화할 수 있는 공동 집유소를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백순집 르완다지부장은 "조합의 제안에 따라 지난 5월 집유소가 완공됐다"면서 "배분 사업은 사실상 종료됐지만, 사업의 주체가 주민이 되면서 더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된 사례"라고 말했다.

"3~4년 전쯤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마을 기금을 만들어 학교 증축을 요청한 일이 있었어요. 기쁜 마음으로 이 소식을 기부자에게 알렸더니 '왜 가난한 사람을 착취해서 학교를 짓게 하느냐'고 하더군요. 현지 주민들은 개발 대상이 아닌 주체입니다. 이들이 직접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죠. SDGs가 국제 개발의 참여 주체를 정부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로 확대한 만큼, 정부·기업 등 기부자의 인식도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합니다."

성 대표는 "MDGs가 국제사회에 정책적 공동목표라는 선례를 남긴 만큼, SDGs를 통해 이 목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개발이 문제를 푸는 함수라고 했을 때 지난 15년간은 정부가 상수, 기업과 NGO 등 민간 영역이 변수를 담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SDGs에서는 모든 주체가 발전 책임을 져야 합니다. 특히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NGO가 정부의 정책 변화에 자극이 되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노하우를 나누는 등 파트너로서 국제 개발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권보람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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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람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