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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흔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이야기

2016.04.07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여전히 열악한 출산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탄자니아 산모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엄마는 한 달 전부터 조롱박 목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쿤디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쿤디(Kundi) 씨는 목에 조롱박을 걸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초, 쿤디 씨는 예쁜 쌍둥이를 낳았는데요. 차가운 한 밤의 공기를 가르고 1.5kg의 아주 작고 예쁜 쌍둥이 딸을 품에 안았습니다. 하지만 출산 직후 두 아이 중 첫째를 잃고 말았습니다.

의사는 아이의 머리에 상처가 있었다고, 그래서 아이가 사망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와 가족들은 갓 태어난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해 그렇게 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기도 물도 없는 마을의 작은 보건소. 쿤디 씨는 아직도 첫째를 어떻게 잃게 되었는지 모르는 채였습니다.

 

언니와 동생
떠난 아이를 기억하기 위해 쿤디 씨는 조롱박을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을 경우 평생 기억하기 위해 엄마가 그 목걸이를 메고, 남은 쌍둥이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 목걸이를 이어받아 메는 것이 이 마을의 문화입니다. 엄마 품에 있는 둘째는 언젠가 이 조롱박 목걸이를 넘겨받게 될 겁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을 돌봅니다

마을의 보건소는 제약이 많습니다
탄자니아 곳곳에는 쿤디 씨와 같이 마을에 있는 보건소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혹은 산모를 잃은 사례들이 많습니다. 이 작은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방할 수 있는 약도, 제대로 진료 할 수 있는 인력도 늘 부족합니다. 출산 후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문제들에 대처하는 방법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탄자니아 정부 정책으로는 마을마다 2명의 마을보건요원(CHW; Community Health Worker)을 선출해 지역 산모들의 건강을 살피는 역할을 하게 합니다. 마을보건요원은 지역주민과 보건지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예산 문제, 인력관리 등의 어려움으로 마을보건요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마을보건요원 스스로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마을주민이기도 한 마을보건요원들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지부는 신양가 주 키샤푸 지역의 마을보건요원들이 건실한 마을지킴이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각 마을의 산모가 있는 가정을 돌아다니며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산전/산후 교육을 하며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가정방문을 다니는 마을사람들, 마을보건요원

이 마을의 보건소입니다

키샤푸 지역의 동쪽에 위치한 somagedi 마을 보건소의 마을보건요원들은 오늘도 산모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가정방문을 가봤습니다.

 

가정방문 가면 이렇게 반겨 주신답니다

작년부터 마을보건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이스(Joyce)와 현재 셋째를 임신 중인 윌리(Wile)의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인 윌리는 마을보건요원을 통해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 적신호를 주는 증상은 어떤 것들인지 알게 되었고, 출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집안일을 잘 도와주지 않던 남편도 마을보건요원에게 교육을 받은 이후로는 물을 길어주는 등 힘든 일들을 도맡아 한다고 하네요. 산전/산후 교육뿐 아니라 남편의 적극적인 가사 도움의 필요성을 알려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조이스, 그리고 윌리의 가족과 함께

산모에게 출산 전 에이즈 검사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이곳 마을 남성들은 사회적 낙인을 이유로 아내, 또는 가족이 이 검사를 받는 것 자체를 꺼려합니다. 재작년부터 마을보건요원으로 활동 중인 페스토(Festo)는 굿네이버스 교육을 통해 출산 전 에이즈 검사가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마을 주민들, 특히 남성들에게 이것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인식을 바꿔 나가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산모의 산전 검사는 중요해요!"

페스토와 함께 방문한 집에서는 일곱 자녀를 둔 카트리나와 라파엘 부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일곱 자녀 모두 집에서 출산했는데, 마을보건요원 페스토를 만난 후 출산 전의 정기적인 검사와 의료시설에서의 출산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편인 라파엘은 장작을 피우고 요리도 돕고, 보건소에도 함께 방문하는 등 임신 중 아내에게는 더 잘해줘야 함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카트리나&라파엘 가족과 함께

 

이곳의 시설은 여전히 열악하지만…

somagedi 마을의 보건지소는 이웃 마을 seseko 보건소과 비해 의료시설이 잘 갖춰진 곳입니다. 진찰 병동, 에이즈/말라리아 등 검사 병동, 분만 및 산후 관리를 위한 병동 등 총 3개의 건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낙후된 의료시설, 부족한 의약품, 인력 문제는 여전합니다. 아이가 거꾸로 있거나, 나팔관에서 수정되는 등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대처할 수가 없습니다.

수술이 필요한 산모는 50km나 떨어진 지역병원(district of hospital)으로 이송 되어야 합니다. 편도 1만 5천 실링의 오토바이 비용이 발생하는데요. 키샤푸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목화솜, 옥수수, 고구마 등을 재배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수확기와 빈궁기가 있어 수입이 일정치 않습니다. 수확기에는 30만~70만 실링 정도 수입이 있지만 빈궁기에는 아예 수입이 없기도 합니다.

*가격이 더 저렴한 버스(편도 4천 실링)가 있지만 하루에 한 대만 운행하기에 위급상황에는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50km나 떨어진 지역병원(district of hospital)
 
시설은 훨씬 좋지만 오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 마을의 마을보건요원들은 더없이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지역 정부 관계자인 Dr. Josephati Shani는 굿네이버스의 모성건강 사업을 통해 교육을 받은 마을보건요원들이 산모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기본 정보를 제공해 산모와 아이를 위협했던 위험요소(가정 내 출산, 출산 전후 관리에 필요한 검사를 받지 않는 것 등)들을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의료시설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마을 주민들이기도 한 마을보건요원들의 ‘발품’이 산모와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홍보팀 노재옥,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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