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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장을 위한 활동을 그려보다

2016.05.17
 
나의 어린 시절은 매일 ‘놀기 위한 사투’였다. 엄마는 5형제 중 장녀인 내게 항상 어린 동생들을 업어주라고 하셨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마음껏 놀고 싶은 나머지 ‘왜 나는 동생이 많아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하며 동생들을 미워했다. 어느 날은 업고 있던 동생을 잠깐 땅바닥에 내려놓고 줄넘기 놀이를 하다 동생이 다치는 바람에 엄마에게 크게 혼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땐 엄마의 야단도 무섭지 않을 만큼 친구들과의 줄넘기, 술래잡기가 즐겁고 신났다.

며칠 전 신문에서 ‘노는 법 가르치는 학원’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지 않고 잘 놀기 위해 ‘놀기’마저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격세지감이 들기도 하고, 사교육 시장의 변화가 놀랍기도 하다. 이러한 변형된 사교육의 등장은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과 높은 교육열의 결과라 생각된다. 문제는 자녀들의 활동에 대한 부모의 고민과 열정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왔지만, 정작 대인관계에는 미숙하거나 자기표현, 공감능력 등에서 미흡한 모습을 종종 보인다. 자녀들의 인격 형성은 자라온 환경, 그리고 자라오며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다양한 활동들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환경과 활동들이 일생동안 모든 학습과 행동의 원천이 되고, 성장과 발달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자녀가 막 세상에 나와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부모가 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첫걸음일 것이다.

아동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안전한 환경이 중요하며 또한 물리적으로 접근 가능한 환경에서 발달 증진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활동이 필요하다. 공간을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으며, 흔히 말하는 ‘오감’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 이때 아이들의 흥미 유발이나 도전 기회를 저지할 수 있는 과잉보호는 좋지 않으며, 부모가 모든 일에 나서서 도와주는 것 역시 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학령기에 접어든 아동의 경우, 새로운 학습기회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가족이 지지해주어야 한다. 먼저 가정에서 학교로의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또래관계에 대해 존중해주면서 친구들과 협동하며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 자녀는 도전적이며 잠재적인 스트레스 또한 많은 시기이다. 개성과 성정체성 발달, 정서와 경제적 자율성에 대한 기대가 성인기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사회적, 재정적, 성적 욕구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자녀의 특성에 대해 제한된 시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개인특성을 존중하는 정서적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수용하는 태도는 자녀의 인격형성과 사회적 역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사회 속에서 정상적인 활동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자녀 교육의 훌륭한 기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양영애(인제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