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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은 난민이라 힘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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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 세계 난민의 날] ‘장기 난민’ 해법 찾기 위해 탄자니아 냐루구수 난민캠프에 가다

 
부룬디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매스쉘터
 
지난해 있었던 3살 아이 ‘쿠르디’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의 전세계적 추모 물결도 잠시, 유럽의 난민 수용 정책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걸 보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아 보입니다. 시리아 내전, IS 테러 위협 등으로 지난해 난민의 수는 1,500만 명에 육박했는데요. 늘어나는 난민의 수도 수지만 계속되는 국제 정세 불안으로 난민 문제가 장기화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장기난민을 ‘2만 5천 명 이상의 동일 국적 사람들이 5년 이상 자신의 국가를 떠나 생활하는 것’으로 정의하는데요. 2015년 UNHCR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390만여 난민의 45%에 해당하는 640만여 명이 장기난민이며, 이중 약 73%는 무려 20년 이상 난민 생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 ‘UNHCR Global Trends 2014’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던 난민 생활이 길어지면 난민과 지역주민 사이에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난민캠프에만 집중되다 보니,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역차별을 겪고 있다’는 인식도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장기난민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20여 년째 난민 생활이 지속되고 있는 탄자니아 냐루구수(Nyarugusu) 난민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잊혀진 위기, 단절된 삶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 3시간 반, 그리고 꼬박 2시간을 붉은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길을 달려 도착한 곳. 검문소를 통과한 후 쇠사슬이 둘러진 냐루구수 난민캠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외부와의 분리를 위해 빙 둘러 설치해놓은 쇠사슬은 마치 이 땅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캠프 초입에 둘러져 있던 쇠사슬
 
냐루구수 난민캠프는 1996년 독재정권과 반군 간의 정권 쟁탈을 둘러싼 분쟁으로 발생한 DR콩고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갖은 내전과 분쟁들로 인해 DR콩고의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난민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현재까지 난민 생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UNHCR 건물 주변에 모여있는 난민들
 
이들의 오랜 난민 생활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잊혀진 위기(Forgotten Crisis)’로 치부되어 인도적 지원이 감소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해 부룬디 내전 발생으로 신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위기는 또다른 국면에 접어들어, 이곳에는 현재 약 13만5천여 명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 송환을 위해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는 장기 난민들
 

‘함께 삶(living-with)’을 위해

탄자니아 정부는 정책을 통해 난민들의 캠프 밖에서의 활동을 제한해 놓았습니다. 때문에 장기정착 난민들은 유엔기구가 지원하는 식량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원래 그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지원금이 난민캠프에만 집중된다고 생각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낍니다.
 
식량 배급 현장
 

 

난민캠프가 있는 곳은 원래 우리가 농사를 짓던 땅이었어요. 캠프가 생기면서 땅을 내줘야 했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런 보상도 해 주지 않았죠.

– 은구루베(49세, 남)

 

 

 

우리 마을의 보건소는 너무 열악한데, 캠프 내 병원은 시설도 잘 갖춰 있고 좋은 약품도 많은 것 같아요.

– 풀멘스(53세, 남)

 

 
현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풀멘스(좌)와 은구루베
 
난민과 주민간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탄자니아 정부와 UNHCR은 난민캠프와 마을 간 4km 이내 공간에 완충 구간을 형성해 물물교환 등의 왕래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난민에게 지급된 생필품 등을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블랙마켓’이 형성되는 등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죠.
 
난민과 원주민을 잇는 냐루구수 공동시장
 
굿네이버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건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난민과 지역주민이 모두 소속된 시장운영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시장운영위원회에서는 교육을 진행하고 다양한 지원을 병행하며 난민과 지역주민이 상생하며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동시장 전경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시장을 찾았습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시장은 시끌벅적합니다. 넓게 펼쳐진 좌판들 위로 덜 익은 새파란 오렌지며 사탕수수, 말린 생선들 등 다양한 물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
 
난민캠프의 공동시장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활기찬 모습. 시장이 난민캠프에 부여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DR콩고 출신으로 캠프 거주 19년 째인 바홈브와
 

 

시장이 있기 전에는 주민들이 난민을 ‘도둑놈, 살인자’ 등으로 인식했어요.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이었겠죠. 시장이 생기고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는 주민이 난민에게 외상도 주는 등 서로를 신뢰하게 됐어요.

- 바홈브와(57세, 시장운영위원회 위원장)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난민들은 시장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좀 더 쉽게 얻고, 경제관념도 갖추며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지역주민들은 난민캠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두게 되었지요. 주민들은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또한 갖고 있는데요. 굿네이버스 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은 난민캠프에 유입된 지원금이 시장을 통해 지역 안에서 순환된다는 점에서 탄자니아 정부와 유엔차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선택지 없는 삶’의 고통

이곳에서 만난 2세대 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장기화되고 있는 난민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새로운 걸 먹어보고 싶어요”. 십 수년 째 배급 받은 한 가지 메뉴만 먹어야 하는 그들의 고통을 상상해 본적도 없었기에 적잖이 놀랐는데요.
 
가족 수에 맞춰 웅가(옥수수 가루의 일종)와 콩을 배급 받는 난민들
 
국적이 어디냐고 묻는 질문에 “캠프 출신이다”라고 답하던 19살 바윌레. 콩고 난민이지만 이곳에서 태어나 정작 콩고 말은 할 줄도 모르는 그였습니다. 탄자니아에서 태어났으나 탄자니아인이 될 수 없고, 언젠가 DR콩고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 곳의 언어를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와 같은 처지의 난민들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꿈은 무엇일까요. 다른 직업을 경험한 적이 없어 ‘장사하는 것’ 외에는 답을 할 수 없는 그곳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이던 아이들
 
배급된 식량 외의 음식 메뉴는 생각할 수도 없는 삶. 임시 거처에서는 어떠한 성취도 이루기 힘든 그들의 삶을 두고, ‘굶주리는 건 아니니 괜찮아’라고 어찌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YONA’의 무덤
 
난민캠프 밖으로 나가는 길. 흙길 옆으로 하나 둘 무덤들이 보입니다. 잠시 차에서 내려 무덤을 바라보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묘비가 있더군요. 이 무덤의 주인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난민캠프에서 삶을 마친 것이겠지요. 캠프에서 만난 한 아저씨의 말이 생각납니다. “난민은 그냥 난민이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자신의 집이 아닌 곳에서 선택지 없는 삶을 기약없이 살아야 하는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난민 후원’의 시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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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보팀 박요나
  • 발행
  •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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