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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생각의 변화, 화장실을 만들다

2017.03.13

덤불 속에서 볼일 보던 말라위 주민들이 사라졌어요!

“물은 만물의 근원. 모든 것은 물에서 시작하여 물로 돌아간다.” – 탈레스
그런데 말입니다. 모든 것이 노상배변에서 시작하여 질병으로 돌아오는 곳이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위생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말라위 카숭구 지역에 일어난 변화의 바람!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말라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는 위생개선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

화장실과 깨끗한 물의 상관관계


 
이곳은 아프리카 말라위의 카숭구 지역입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를 얻기 쉽지 않은 곳이죠. 식수원 자체가 부족해 하나의 식수 시설 당 600여 명이 이용해야 할 정도인데요. 대다수의 마을 주민들은 강이나 개울에서 물을 길어 식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건 식수 시설 뿐만이 아닙니다. 욕실이나 화장실을 갖춘 집이 거의 없어, 배변 해결을 덤불에서 하는 경우가 다반사.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화장실은 여학생 120명이 한 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부족해, 생리 기간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두기도 합니다. 세면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손을 씻을 수도 없고요.
왜 화장실이 없냐고요? 이곳 주민들의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요. 연이은 가뭄으로 소출이 거의 없어 우물을 설치할 비용도, 화장실을 지을 여유도 없는 처지랍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위생에 대한 인식 결여가 더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향력을 가진 마을 리더들조차 화장실 이용이나 손 씻기 같은 위생 인식이 없어, 화장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마을에는 설사와 같은 수인성 질병을 앓는 주민들이 많아졌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굿네이버스 말라위 지부는 이 지역이 말라위의 다른 지역보다 수인성 질병에 걸린 아동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지역 주도형 통합 위생 개선 프로그램(Community-Led Total Sanitation, 이하 CLTS)입니다!

경험으로 배우는 화장실의 필요성

“우리의 목표는 화장실 건축이 아니다. 행동의 변화다!” 마을 리더들을 조직하고, 이 리더들이 주민들을 이끌며 시작된 CLTS. 리더와 주민이 짝을 이뤄 하루 동안 진행되는 CLTS의 활동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1. 지도그리기
가구의 위치와 화장실, 들판 등을 지도에 그려보는 시간. 이 지도가 주민들에게 노상배변의 습관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줍니다.
2. 탐방하기
지도가 완성되었으면 지도에 표시한 장소 탐방에 나섭니다.
3. 부끄럼 걷기(Walk of Shame)
산이나 들, 덤불 등 평소 노상배변을 하던 장소로 가 봅니다. 그리고 이를 지도에 표시해보며,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얼마나 배설물과 근접해 있었는지 확인해봅니다. 여기서 주민들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노상배변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4. 식수 확인하기
생수 한 잔과 배설물이 섞인 물 한 잔을 놓고 파리가 어디에 접근하는지 관찰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파리가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5. 배설물 측정하기
가정 당 하루에 배설하는 분뇨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1명이 하루에 배설하는 양을 가지고 1년 동안의 총량을 계산해보고, 이 정도의 양을 자연에 투척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서로 얘기해봅니다.
6. 의료비 계산하기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겪는 수인성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비용을 계산해봅니다. 지역에서 사용되는 질병 치료 비용과 화장실 건축 비용을 비교해보며, 주민들은 점차 위생시설의 중요성을 알아가게 됩니다.
7. 위생시설 건축하기
굿네이버스는 지역 주민들의 가정에 필요한 화장실, 세면대, 환기구, 설거지통 등의 적절한 위생시설을 설치하도록 지원합니다.

파트리샤 아주머니의 편지

CLTS에 참여한 말라위 주민 파트리샤 아주머니가 자신의 가정에 일어난 깨끗한 변화의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상쿨라 지역에 살고 있는 파트리샤라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16개월 된 막내를 포함해 총 4명이 함께 살고 있죠. 주로 농사를 지으면서 소소하게 가축도 기르고 있답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이웃! 파트리샤라고 합니다.
집 주변엔 우거진 덤불이 많은데, 사실 이곳이 우리의 화장실이었어요. ‘덤불이 있는데 화장실이 왜 필요하지? 화장실은 어떻게 생긴 거야?’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가족들이 설사를 앓기 시작했고, 증상이 잦아지게 되었어요. 가족들이 계속 아프니까 심지어 마을 안에서는 우리가 키우는 동물들 때문에 저주에 걸린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죠.
마당에 간이 세면대를 만들었어요. 이제 손 씻기는 걱정 없죠.
하지만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하는 위생교육에 참여하고 나서, 우리는 설사 증세가 저주 때문이 아니라 위생 환경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가 잘 처리하지 못한 배설물이 결국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질병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것을요.
마을 학교에 생긴 화장실이에요.
이젠 좋은 위생습관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고, 우리 가족에게 적용하는 법 또한 배우고 있답니다. 화장실 짓는 방법과 사용법에 대해서도 배울 예정이고요. 굿네이버스의 CLTS 프로그램 덕분에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깨끗한 물은 깨끗한 환경에서 나오고, 깨끗한 환경은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만들어집니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이웃들의 환경과 인식개선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좋은 이웃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곧 시작되는 2017 굿워터 프로젝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온라인팀 박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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