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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부모 되기

2017.08.25

아이는 부모의 어디까지 닮아갈까?

전쟁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들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는데, 자기는 잘 지낸다고 하면서 팔, 다리를 잃은 친구가 있는데 집으로 데려가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답장을 썼습니다. “친구에게 닥친 일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그 친구가 너에게 짐이 될 수도 있으니 일단은 너만 집으로 오면 좋겠구나”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아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친구에 빗대어 물어본 것인데 누군가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그 말에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것입니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진행한 한국인의 자녀양육관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성장에 부모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비율이 2008년 44.7%에서 2016년 57.0%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2016년 기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보통 생김새, 습관, 성격은 부모를 닮는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닮아간다는 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모든 시대에 중요하겠지만, 특히 요즘과 같은 다양화 시대에 이 ‘다름’을 인식하는 관점은 더욱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남녀에 대한 인식이나 장애인, 외국인을 바라보는 관점도 부모의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가 외국인 노동자를 보면서 “저 사람들 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해”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맥락과 상관없이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근거 없는 반감이 또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기도 합니다.

자녀에게 다름을 알려주는 방법

우리는 다름의 종류도, 양도, 깊이도 점점 늘어나고 깊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다문화사회’라고 불리는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지금보다 더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대일 것입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으로 부모는 다름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되돌아보길 권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있지는 않는지, 특정 문화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질문을 막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아이가 “왜 저 친구는 피부가 까매?”라고 묻는다면 “그런 거 묻는 거 아니야. 친구랑 사이좋게 놀아야지”라고 질문을 막기 보다는, 본인의 지식 안에서 설명해주고 함께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 친구 엄마가 필리핀에서 태어났는데 그 나라 사람들 피부색은 우리랑 달라. 우리가 필리핀에서 태어났다면 우리도 피부색이 그럴 걸”이라고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아이가 가지는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아이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을 곱씹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부모 역할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특정한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존중받는 세상일 것입니다.
* 육아정책연구소(2017. 봄). 육아정책포럼 집중조명(한국인의 자녀양육관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p. 6-16.
장혜진(대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