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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손끝에 닿은 세상, 모잠비크

2017.09.04
지난 8월, 7박 9일 일정으로 배우 김규리 씨가 아프리카 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모잠비크를 다녀왔습니다. 생경한 풍경과 환경, 그곳에서 그녀가 보고 느낀 나눔과 봉사에 대한 생각들. 배우 김규리 씨가 마음속에 담아온 아프리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자이미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김규리 씨 이미지
자이미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김규리 씨

모잠비크로 간다

어떤 곳일까? 그곳에서 접하게 될 환경과 만나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니 설레기도 두렵기도 하다. 모잠비크는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나라에 속하지만 그동안 겪은 내전과 정치적인 혼란 등으로 인한 상처와 가난을 견뎌내고 있는 땅이라고 들었다.

내가 편하게 머물던 공간과 일상을 벗어나 겪게 될 불편함보다 그들에게 ‘낯선 내가 불편하게 느껴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선다. 모잠비크의 시간 안에 내가 조금이라도 더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잊지 못할 생일

자이미(남, 13세)를 만난 곳은 인적 드문 길가였다. 이곳에서 자이미는 제 몸집 보다 큰 숯 더미를 팔고 있었다. 숯 한 포대를 팔아도 겨우 두 끼니를 먹을 수 있는 돈을 번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자이미의 손을 잡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치 내 아버지의 손과 같았다. 열세 살 아이의 손은 가죽처럼 뻣뻣하고 딱딱했다. 삶의 고단함이 빼곡하고, 단단하게 배겨있었다. 자이미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자이미를 만난 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자이미에게 언제 태어났는지 물어보니 얼마 전이었다고 했다.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생일을 치러본 적 없는 아이, 혹독한 고난과 피로감이 익숙한 아이에게 나는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난생 처음 생일 촛불 앞에서 해맑게 웃는 자이미의 얼굴에서 제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자이미의 웃음은 희망의 시작이었고 나에겐 최고의 생일선물이었다. 이 웃음을 시작으로 자이미가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섯 남매의 소망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거친 바다일을 하는 안셀모(남, 13세)와 안델슨(남, 11세) 형제를 만났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5남매와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돈을 벌러 나간 엄마는 가끔씩 집에 온다고 했다. 배가 고프고 사랑이 고파 우는 세 동생들을 돌보는 건 오롯이 안셀모와 안델슨의 몫이었다.

새벽녘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낚시를 하지만 그마저도 생계를 돌보기엔 모자라 둘째 안델슨은 이웃집에서 지내며 소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가장 어린 동생을 먼저 챙기는 다섯 남매의 모습을 보며, 어째서 이렇게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슬펐다. 돌아오는 내내, 올망졸망한 다섯 남매의 눈빛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

13살 소녀 마르따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다. 마르따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치매 증상이 있는 증조할머니뿐. 아직은 어른의 돌봄이 필요한 14살 소녀의 여린 어깨에는 삶의 짐이 가득했다.
모잠비크에서 나는 가난을 접했고, 가족과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찌감치 철이 든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끼니를 걱정하는 대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래도 나는 모잠비크에서 사람의 힘을 보았다. 힘든 가운데서도 지역주민 모두가 힘을 모아 아이들을 키워가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을 나누는 모잠비크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모잠비크에서 얻은 따뜻한 에너지로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아이들을 위해 다시 앞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 배우 김규리 씨의 아프리카 모잠비크 봉사활동은 9월 중 MBC [2017 지구촌어린이돕기 희망 더하기] 방송을 통해 소개됩니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마련해준 자이미의 생일파티 이미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마련해준 자이미의 생일파티
마르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김규리 씨 이미지
마르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김규리 씨
배우 김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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