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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부모교육학회 2019년 12월 부모교육 칼럼

부모, 부모됨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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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동과 성인 남성이 서로 바라보며 볼풀공을 들고 팔을 뻗는 이미지
아이가 출생되는 순간부터 부모가 된다. 하지만 ‘부모됨’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되는 과정(becoming)은 자녀를 출산하는 순간부터 자녀가 부모를 떠나 독립할 때까지 지속되어진다. 많은 부모들이 이 긴 여정을 낭만적인 기대로 출발 하지만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리 만만하고 낭만적인 일 만은 아니다. 자녀를 출산하는 일은 부모의 선택이지만, 자녀가 출생하는 순간 부여된 역할과 지위는 선택이 아닌 숙명과 같은 의무가 된다. 텔레비전 생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이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대 위에서 내려올 수 없듯이 부모 역할 역시 자녀가 성장하여 부모를 독립할 때까지 그 역할을 멈출 수 없다.

매년 수백 명의 부모들을 부모교육 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부모교육 현장에서 부모들은 한 결같이 자녀를 사랑하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힘들며, 아이를 잘 양육하고 있는지 불안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내게 부모의 역할 수행과 자녀의 양육방법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길 원한다. 하지만 ‘부모됨’에 있어 정답은 없다. 20대 부터 40대 중반이 된 지금껏 지속적으로 유아교육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도 ‘부모됨’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자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과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닌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어떤 누군가와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 고유의 특성에 맞는 부모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 역할 수행과 자녀 양육에 있어 정답은 없다. 다만, 부모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 자녀의 성장과 함께 변화되어야 할 부모역할, 그리고 자녀를 보다 효율적으로 양육을 위한 몇몇의 기술훈련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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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에서 모든 것을 다룰 수 없기에 부모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부모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은 우선, 부모는 자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부모교육 현장에서 부모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성인에게 할 수 없는 것을 자녀 하지 말아주세요.” 우리가 일상에서 다른 사람이 내 요구를 수용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소리 지르거나 때리지 않는 것처럼 자녀가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려서는 안된다.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자녀가 부모의 요구를 수용해 주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 때리기까지 한다. 남에게 하지 않는 일을 정작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자녀에게는 더욱 더 행해서는 안된다.

둘째, 자녀의 마음을 알아차려 주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녀의 잘잘못을 가리며 비난하거나, 자녀의 부정적인 정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혹은 자녀의 행동에 대해 판단을 하는 판사가 되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의 감정을 잘 공감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믿고 의지하는 대상인 부모로 부터의 공감과 수용의 경험은 이후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한 태도와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다만 부모는 이를 자녀가 살아가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양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셋째, 자녀를 기다려 주어야 한다. 부모의 관점에서 미성숙한 자녀를 양육하다 보면 자녀가 보이는 행동이나 특성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자녀가 무엇인가 스스로 해나가려는 의지를 보일 때 기다리기 보다는 부모가 나서서 자녀가 하려는 것을 대신해 주거나 혹은 질책을 하기도 한다. 자녀는 성숙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존재로 계속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넓혀감으로써 보다 성숙되고 발달되어 간다. 부모의 성급함이 때로는 자녀의 발달을 지연시키고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무엇인가 해보려는 의지를 보일 때 자녀가 도움을 요구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서 자녀를 기다리고 혹 실패를 했을지라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적절한 기대치를 갖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장차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자녀에 대한 특별한 기대를 갖는다. 자녀가 부모의 기대와 다를 때 부모는 자녀에 대해 실망을 하며, 이에 분노를 보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자녀는 부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자녀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자녀를 내가 성취하지 못한 것을 이루는 도구로 여겨서는 안된다. 자녀는 부모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그것이 되지 않을 때 자녀는 좌절하게 되고 설사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녀는 행복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부모는 나의 기대가 아닌 자녀에 대한 적절한 기대치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완벽한 부모가 되려하지 않는다. 모든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부모교육 현장에서 많은 부모들은 완벽한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여긴다. 완벽한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 자녀 양육에 있어 정답이 없듯이 자녀에게 좋은 부모는 될 수 있지만 완벽한 부모는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완벽한 부모가 될 필요도 없다. 완벽한 부모가 되고자 노력하는 부모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을 수없이 질책하며, 자녀 양육에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가지는 죄책감과 스트레스는 자녀 양육의 즐거움을 훼손한다. 부모가 자녀와의 생활이 즐겁지 않으면 자녀 역시 부모와의 생활이 즐겁지 않다. 완벽한 부모가 되고자 노력하기 보다는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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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계속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넓혀감으로써 보다 성숙되고 발달되어 나가는 것과 같이 부모가 된다는 것도 계속적인 경험 속에서 보다 성숙되고 완성된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완성된 부모가 아닌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부모됨의 모습은 자녀의 성장과 함께 다각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성장에 따라 달라지는 요구에 맞춰 부모 역할을 변화시켜 가며 동시에 성숙해 가야 한다. 오늘밤 잠든 내 아이를 보며 내 아이가 성숙하고 성장한 만큼 부모로서 내가 성숙하고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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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정희 교수(김포대학교 아동보육과)
  • 발행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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