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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학이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2017.08.11
사회복지학과 학생인 나는 이번 여름방학에 굿네이버스 인천본부에서 사회복지 실습을 했다. 굿네이버스는 방학이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위한 '희망나눔학교'라는 일종의 방학교실을 운영하는데, 그곳의 선생님으로 투입됐다.

희망나눔학교에서 아이들은 문화체험, 신체활동, 팀 프로젝트 등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추억을 만들었다. 그 사이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친해졌는데, '윤후(가명)'라는 아이와는 유독 친해지기 어려웠다.

“좋으니까 싫어요!"

윤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선생님들을 싫어했다. 유난히 조용한 아이였는데 "다른 학교 선생님이 더 좋아요!"라던가, "선생님이랑 놀기 싫어요!"라는 말을 때때로 했다. 그 말이 진심인 건지, 어떤 걸 바꾸길 원하는지 알기 위해 상담도 해봤지만 막상 진지하게 물어보면 배시시 웃기만 했다.

윤후는 수업에도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대부분의 활동에 자신 없어 했고,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풀이 죽어 참여를 안 하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윤후를 달래며 힘든 점이나 원하는 걸 물어봤지만, 윤후는 잘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마지막 날 윤후와 찍은 사진]
희망나눔학교가 끝나가자 윤후의 태도는 조금씩 바뀌었다.
그런 윤후가 문화체험활동으로 워터파크에 놀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근데… 이거 내일모레면 끝나요?"

"왜 선생님이랑 놀기 싫다며- 이제는 좋아졌어?"

"…네. 선생님 다음 방학에도 또 오면 안 돼요?"

"어?!"

"만약에 저희 초등학교 안 오면 어디 학교로 갈 거예요?"
이렇듯 윤후의 태도가 바뀐 건 2주간 진행된 희망나눔학교가 끝나기 이틀 전이였다.

윤후 마음은 새콤달콤

희망나눔학교 마지막 날 아침, 편의점에서 윤후를 마주쳤다. 윤후는 나를 보지 못한 채 편의점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4000원을 건네며 스무 명의 친구들과 함께 먹을 간식을 사고 싶다고 했다. 웬만한 사탕도 200원이 넘는 만큼, 주인 아주머니는 난감해하며 이 돈으론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윤후는 포기하지 않고 진열대를 살펴봤다.

쉽사리 그 상황에 끼어들지 못한 나는 윤후의 간식을 대신 사줄까 고민했다. 그러던 찰나 마땅한 간식을 찾아보던 주인 아주머니가 "이거면 친구들이랑 충분히 나눠먹을 수 있을 거야"라며 윤후에게 새콤달콤을 건넸다. 윤후는 기뻐하며 새콤달콤 여러 개를 사 편의점을 나섰다.
학교에서 다시 마주한 윤후는 언제나처럼 맨 뒷자리에 앉아 새콤달콤 포장을 벗기고 있었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양 윤후에게 물었다.
"웬 새콤달콤이야, 윤후야?"

"친구들이랑 먹으려고 샀어요."

"친구들? 왜?"

"오늘 희망나눔학교 마지막 날이니까… 친구들과 선생님한테 선물을 주고 싶어서요…."
희망나눔학교에서 윤후는 친구들과 썩 잘 지내는 편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함께 하기보단 혼자 일 때가 많았고, 친구들이 다가오면 곧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친구들에게도 원체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한 번은 윤후와 짝꿍이 된 친구가 윤후가 무뚝뚝하고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며 짝꿍을 바꿔 달라고 해 다툰 적도 있었다.
그런 윤후를 보며 윤후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 그런데 새콤달콤을 보며 깨달았다. 윤후의 무심한 표정 뒤에 얼마나 새콤달콤한 감정이 숨겨져 있는지를.

방학이면 더욱 성장하는 아이들

윤후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은 희망나눔학교에서 조금씩 성장해갔다. 희망나눔학교 실시 전/후로 아이들의 '행복감'과 '신체활동 즐거움'을 검사했는데, 협동심, 배려심, 자아존중감 등에 대한 모든 아이들의 점수가 올라갔다.
[윤후가 직접 작성한 '신체활동 즐거움 검사지']
위가 희망나눔학교에 참여하기 전, 아래가 참여한 후이다.
'좋다'를 '싫다'라고 표현하던 윤후는 희망나눔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알았다. 또 자신이 잘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 아이는 재빵에 소질이 있다는걸, 친구들에게 장난만 치던 아이는 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렇게 이번 여름 방학에도 아이들은 저마다의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희망나눔학교 마지막 날 윤후의 일기 :

오늘은 굿네이버스를 끝내고 가는 날, 그리고 아주 슬픈 날이다. … 롤링페이퍼에다 우리 굿네이버스 (희망나눔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형이랑 누나랑 선생님들에게 슬픈 말과 기쁜 말을 했다. … 선생님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 '굿네이버스 희망나눔학교'란? 굿네이버스는 BMW 코리아 미래재단과 함께 위기가정 아이들의 건강한 방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급식지원뿐만 아니라 문화체험, 특기교육, 심리정서지원 등의 다양한 통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한 해 총 370개교에서 6,926명의 아이들에게 굿네이버스 방학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인천본부 김유주 실습생, 온라인팀 남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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