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학생인 나는 이번 여름방학에 굿네이버스 인천본부에서 사회복지 실습을 했다. 굿네이버스는 방학이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위한 '희망나눔학교'라는 일종의 방학교실을 운영하는데, 그곳의 선생님으로 투입됐다.
희망나눔학교에서 아이들은 문화체험, 신체활동, 팀 프로젝트 등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추억을 만들었다. 그 사이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친해졌는데, '윤후(가명)'라는 아이와는 유독 친해지기 어려웠다.
“좋으니까 싫어요!"
윤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선생님들을 싫어했다. 유난히 조용한 아이였는데 "다른 학교 선생님이 더 좋아요!"라던가, "선생님이랑 놀기 싫어요!"라는 말을 때때로 했다. 그 말이 진심인 건지, 어떤 걸 바꾸길 원하는지 알기 위해 상담도 해봤지만 막상 진지하게 물어보면 배시시 웃기만 했다.
윤후는 수업에도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대부분의 활동에 자신 없어 했고,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풀이 죽어 참여를 안 하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윤후를 달래며 힘든 점이나 원하는 걸 물어봤지만, 윤후는 잘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마지막 날 윤후와 찍은 사진]
희망나눔학교가 끝나가자 윤후의 태도는 조금씩 바뀌었다.
그런 윤후가 문화체험활동으로 워터파크에 놀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근데… 이거 내일모레면 끝나요?"
"왜 선생님이랑 놀기 싫다며- 이제는 좋아졌어?"
"…네. 선생님 다음 방학에도 또 오면 안 돼요?"
"어?!"
"만약에 저희 초등학교 안 오면 어디 학교로 갈 거예요?"
이렇듯 윤후의 태도가 바뀐 건 2주간 진행된 희망나눔학교가 끝나기 이틀 전이였다.
윤후 마음은 새콤달콤
희망나눔학교 마지막 날 아침, 편의점에서 윤후를 마주쳤다. 윤후는 나를 보지 못한 채 편의점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4000원을 건네며 스무 명의 친구들과 함께 먹을 간식을 사고 싶다고 했다. 웬만한 사탕도 200원이 넘는 만큼, 주인 아주머니는 난감해하며 이 돈으론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윤후는 포기하지 않고 진열대를 살펴봤다.
쉽사리 그 상황에 끼어들지 못한 나는 윤후의 간식을 대신 사줄까 고민했다. 그러던 찰나 마땅한 간식을 찾아보던 주인 아주머니가 "이거면 친구들이랑 충분히 나눠먹을 수 있을 거야"라며 윤후에게 새콤달콤을 건넸다. 윤후는 기뻐하며 새콤달콤 여러 개를 사 편의점을 나섰다.
학교에서 다시 마주한 윤후는 언제나처럼 맨 뒷자리에 앉아 새콤달콤 포장을 벗기고 있었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양 윤후에게 물었다.
"웬 새콤달콤이야, 윤후야?"
"친구들이랑 먹으려고 샀어요."
"친구들? 왜?"
"오늘 희망나눔학교 마지막 날이니까… 친구들과 선생님한테 선물을 주고 싶어서요…."
희망나눔학교에서 윤후는 친구들과 썩 잘 지내는 편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함께 하기보단 혼자 일 때가 많았고, 친구들이 다가오면 곧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친구들에게도 원체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한 번은 윤후와 짝꿍이 된 친구가 윤후가 무뚝뚝하고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며 짝꿍을 바꿔 달라고 해 다툰 적도 있었다.
그런 윤후를 보며 윤후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 그런데 새콤달콤을 보며 깨달았다. 윤후의 무심한 표정 뒤에 얼마나 새콤달콤한 감정이 숨겨져 있는지를.
방학이면 더욱 성장하는 아이들
윤후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은 희망나눔학교에서 조금씩 성장해갔다. 희망나눔학교 실시 전/후로 아이들의 '행복감'과 '신체활동 즐거움'을 검사했는데, 협동심, 배려심, 자아존중감 등에 대한 모든 아이들의 점수가 올라갔다.
[윤후가 직접 작성한 '신체활동 즐거움 검사지']
위가 희망나눔학교에 참여하기 전, 아래가 참여한 후이다.
'좋다'를 '싫다'라고 표현하던 윤후는 희망나눔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알았다. 또 자신이 잘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 아이는 재빵에 소질이 있다는걸, 친구들에게 장난만 치던 아이는 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렇게 이번 여름 방학에도 아이들은 저마다의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희망나눔학교 마지막 날 윤후의 일기 :
오늘은 굿네이버스를 끝내고 가는 날, 그리고 아주 슬픈 날이다. … 롤링페이퍼에다 우리 굿네이버스 (희망나눔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형이랑 누나랑 선생님들에게 슬픈 말과 기쁜 말을 했다. … 선생님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 '굿네이버스 희망나눔학교'란? 굿네이버스는 BMW 코리아 미래재단과 함께 위기가정 아이들의 건강한 방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급식지원뿐만 아니라 문화체험, 특기교육, 심리정서지원 등의 다양한 통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한 해 총 370개교에서 6,926명의 아이들에게 굿네이버스 방학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