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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현재의 행복과 즐거움에 초점을 두는 삶

2019.02.28

1. 끝없이 반복되는 결정의 무게

남자 아동의 양쪽 손바닥 위에 물음표가 띄워져 있는 이미지
2019년 2월은 졸업과 입학, 무엇인가를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이며 동시에 선택과 결정이 많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시작과 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맞닿아 있고, 둘 중 하나가 선행되어야 나머지 하나가 이루어집니다. 모든 사람의 시작과 끝이 같은 것은 아니며, 그들이 ‘언제, 어떻게,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결정 한다는 것은, 그 결정에 따른 결과를 최대한 수용하고 책임질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일입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지는 이들을 소위 ‘결정 장애’가 있다고 표현합니다. 이들은 선택 과정에서 전문가나 주변인들에게서 조언을 얻고자 합니다.

필자가 학교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녀나 조카의 진학과 관련하여 여러 질문을 하는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진학하기에 어느 ‘학과’가 좋은가요?”, “어떤 분야로 취업하면 좋을까요?”와 같은 질문들입니다.

또한 필자의 전공이 유아교육과라는 이유로 “우리 아이를 어느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좋나요?”, “언제부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면 될까요?”와 같은 질문도 받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질문들에 대해 확실한 대답은 해주지 못 하므로 “글쎄요.” 혹은 “흠….” 과 같은 대답의 반응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어려운 현실 속 결정의 반복

DREAM이 적혀 있는 파란색 종이 비행기와 HOPE가 적혀 있는 빨간색 종이 비행기가 놓여져 있는 이미지
필자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필자가 부족한 부분도 있겠으나, 우리 사회의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변화의 방향이 다변화되어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예측이 어려우니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도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도 미래를 예측하려는 사람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희망찬 전망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굳이 먼 미래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 20대 청년들의 상황을 보기만 해도 그 어려움은 역력합니다. 현재의 삶에 대한 어려움이 가득하기에 제게 질문하는 이들은 저의 대답을 통해 작은 희망이 담긴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꿈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하는 듯합니다.

필자는 시작과 마무리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두운 전망을 전하여 그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싶지 않음과 동시에 헛된 희망을 주는 공허한 낙관적 전망이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위로를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질문에 확신을 담아 대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희망적인 전망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여, 선택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들은 이상적인 롤 모델이 제시 되지 않는다고 하여 삶을 멈출 수도 없을 것입니다.

3. 묵묵히 만들어 가는 행복한 ‘나’의 하루

남자 아동 1명과 여자 아동 2명이 바닥에 엎드려 얼굴을 손에 기대고 웃고 있는 이미지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묵묵히 매일 20매의 원고를 쓰는 것’이 그가 왕성한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그가 느닷없이 천둥 같은 영감으로 순식간에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아닌, 주변의 상황과 상관없이 매일 규칙적으로 묵묵하게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하여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창작의 과정과 삶의 과정은 남다른 ‘재능’을 타고나야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묵묵하게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그렇기에 필자는, 필자에게 질문하는 이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현재의 삶을 외면하기보다, 하루키처럼 묵묵하게 오늘에 집중하는 삶의 의미’를 곱씹어 보고 싶습니다.

“미래 걱정보다, 오늘의 삶에 묵묵히 집중하며 산다면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을 하실 분들에게 어린아이들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떠올려 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어른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삶의 큰 목표를 계획하고 달성하기보다, 현재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매 순간 새롭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POP 그룹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또래 팬들에게 “여러분, 꿈 없어도 괜찮아요. 행복하시면 됩니다.”라며 새해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이 인사는 제게 의견을 묻는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말입니다.

여러분, 하루키와 같이 묵묵하게 하루하루에 집중하고, 어린아이들과 방탄소년단 멤버의 새해 인사처럼 현재의 행복과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이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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