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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르고 싶어 하는 아이들, 그리고 건강권

2024.03.08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보았습니다.

코로나 시대, 어린이·청소년 거식증 증가와 신체 이미지왜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수많은 사회적 교류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시선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지는 시기였음에도 거식증이 증가했다는 결과는 다소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쩌면, 마르고 싶은 바람과 마른 몸에 대한 동경은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절대적 신념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장애로 분류되는 거식증은 살이 찔 것 같은 강한 두려움이나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에 음식을 거부하는 증상으로 음식물 섭취를 중지하는 절식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폭식을 반복하거나 의도적으로 구토를 하기도 합니다. 주로 10~30,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발달 전반과 연관되기 때문에 연령이 낮을수록 더 강하고 길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섭식장애 컨셉사진

 

지난해 12월 굿네이버스는 아동·청소년의 체중 관리 경험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5~18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는 실제 체형은 표준 또는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뚱뚱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남녀 각각 25%, 41%였으며, 여자 청소년 10명 중 9명은 체중을 줄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첫 다이어트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다이어트는 일상화되고 있으며, 10명 중 1~2명은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 보조제나 체중감량제, 식욕억제제 등을 복용하거나 의도적으로 구토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과체중이거나 비만 상태여서, 또는 마른 몸매가 좋아 보이고 말라보이고 싶어서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응답했지만, 이면에는 마른 몸을 선호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 여러 매체에서 보이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모습, 가족이나 친구의 권유나 보이지 않는 압력, 그리고 능력이 있더라도 외모가 매력이 없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시 환경은 각각의 개인들에게는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과 행동은 어쩌면 개인적 선택이기보다 모르는 사이 어느새 내면화되어 혼자 힘으로는 떨쳐버리기 힘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도울 수 있으며, 외적인 기준 외에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점점 커지고 있는 미디어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미디어상에서 과도하게 이상화된 외적 기준과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고 적절하게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외모 칭찬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과 문화, 마른 몸을 정답으로 정하고 외적 기준에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동권리연구소 임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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