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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을 알리는 3월입니다.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만남이 펼쳐질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만남으로 관계를 맺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만남으로, 어떤 향기로 자녀와 관계를 맺고 있으신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세 가지 만남을 경험하게 됩니다.
첫째, ‘풍경 같은 만남’입니다. 우리는 길가, 벗, 또는 지하철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지하철 안에서 마주한 앞사람에게 여러분은 관심을 표현하셨나요? 오늘 이 사람이 아침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요즘에 무슨 고민이 있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겁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풍경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계적인 만남’입니다. 기계적인 만남은 내가 감정을 담아내지 않아도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만남을 의미합니다.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판기에게 내가 원하는 음료수가 나왔다고 자판기를 껴안고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편의점이나 은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친절함으로 대하지만, 나의 깊은 내면과 정서에는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도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으로 짧게 지나갑니다.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관계에서는 마음을 주고받지 않아도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셋째, ‘인격적인 만남’입니다. 서로의 만남을 통해 내가 존중되고, 수용되며, 마음과 마음이 서로 교류되는 만남을 의미합니다. 풍경 같은 만남이나 기계적인 만남이 아니라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서만이 사람은 변화되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 존재가 인정되고 충분히 존중 받는 경험을 통해서만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통해 우리는 타인에게도 관심을 갖고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인격적인 만남을 얼마나 이루면서 살고 있을까요?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고, 때때로 혼잣말을 하며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의사소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A양,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주 자해를 하며 죽어버리고 싶다고 호소하는 B양, 가출 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황하는 C군, 인터넷에 중독되어 버린 D군. 사례관리 슈퍼비전을 다니면서 간접적으로 만났던 청소년들입니다. 모두 ‘문제투성이’라는 부모의 하소연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가족 안에서 수용 받지 못하는 괴로움을 부모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했던 부모 자신들도 자라온 환경과 상처로 인해 자녀의 아픔을 볼 수 없었으며, 기계적인 만남 그 이상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그것으로 역할을 다한다고 스스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수직적이고 형식적인 관계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 받는 만남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만남에서의 답답하고 외로웠던 아이들이 인격적인 만남을 확대해 가면서 점차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삶에 당당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고, 진정성으로 다가갔던 사회복지사들과의 관계 경험에서 비롯되었으며, 자녀의 문제해결을 위해 낯설지만 조심스럽게 인격적인 만남을 시도하며 노력했던 부모님들의 애씀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격적인 만남이 우리 가정에서, 우리 학교에서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녀의 모습에서 강점을 찾아서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자녀와 인격적인 만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가 친구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관심을 표현하고 따뜻한 격려를 나누고 있다면 인격적인 만남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새 봄, 나에게 작지만 향기로운 영향을 주고 있는 우리의 자녀, 가족 그리고 이웃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여러분의 인격적인 만남이 앞으로도 더욱 풍성해질 것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