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O계모 학대 살인사건, OO어린이집 학대사건… 이렇게 많았나, 이정도로 심각했나 싶을 정도로 연일 보도되어 우리의 마음을 철렁하게 했던 아동학대 사건들. 제도적으로 아이들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 탄생했는데요. 법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넘은 시점,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없는 세상’에 얼마나 근접했을까요? 11월 19일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전국 27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뛰고 있는 굿네이버스가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합니다.
# 아동학대처벌법 1년, 통계로 보는 아동학대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경찰, 검찰, 법원 등 공공의 역할이 강조되고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었습니다.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되고 행위자 대상 교육과 상담을 강제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동학대 재발을 방지하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2014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 7791건으로 전년 대비 36%나 증가했는데요. 아동학대 신고 체계가 경찰(112)로 일원화되고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과 경찰이 함께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생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14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 1년의 아동학대 현황을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동학대, 줄었을까?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 이래로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3년과 비교해 2014년에는 47%나 증가했는데요. 아동학대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보기 보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더 많은 아동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만 조심하면 된다?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가 이슈화되면서 학대행위가 주로 보육교사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안타깝게도 부모에 의한 학대가 8,207건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아동학대 장소 또한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경우가 압도적이었는데요. 이는 가정이 결코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리지는 않았잖아요”

떠들썩한 사건의 가해자들처럼 아동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가해야만 아동학대일까요? 학대 피해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언어폭력, 정서적 위협 등을 포함하는 정서학대입니다. 방임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드러나는 징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아동학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동들과 자주 접하는 신고의무자가 아동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함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아동학대가 발생할 때는 한가지 학대 유형보다는 두가지 유형 이상의 학대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48%에 이릅니다.
#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처벌법 되려면

아동학대처벌법 이후 아동학대 사건 조사 체계와 피해 아동 보호 체계가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멉니다. 위의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이를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도 커지게 되었는데요. 특히 학대행위자의 80% 이상이 부모인 만큼 되풀이되는 학대를 막는 데는 제도적 뒷받침만큼이나 부모에 대한 상담과 교육, 심리치료, 경제적 지원 등 통합적 복지서비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수행해야 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업무만으로도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9월 <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가 전국 54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보호 전문기관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절반 이상이 아동학대처벌법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증설(31%)’과 ‘상담원 증가(20%)’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 기관의 44% 이상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 강화로 인한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을 꼽았는데요. 아동학대 예방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증설과 상담원 인력의 충원이 시급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해아동과 가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업무만 감당하기에도 벅차죠. 상담원들이 복지 서비스 제공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A 상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A 상담원-
결국 예산의 확보가 아동학대 예방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지방비 100%에서 국고 보조금(50%) 사업으로 전환되는 변화가 있었지만 인프라 확충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 피해 아동 쉼터 각각 100개소로 확충’이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예산 편성은 보건복지부가 아닌 법무부와 기획재정부의 소관이기 때문인데요. 현재 상황의 개선을 위해 11월 중 확정되는 2016년 아동학대 예산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편성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 아동학대 예방, 결국 우리 모두의 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현장의 노력과 인프라 확충 뿐 아니라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인식 개선이 중요합니다. 굿네이버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매년 아동학대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11월 19일부터 일주일간 아동학대예방 주간을 맞아 전국적으로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아동학대 문제는 현장을 지키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과 경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연구와 제도 개선만으로 이뤄낼 수 없습니다. 우리 각자가 아동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책임을 가질 때, 아동학대 없는 세상은 한발짝 더 가까워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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