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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작가 칼릴 지브란은 그의 산문시집 《예언자》 중 ‘아이들에 대하여’라는 시에서 소유하지 않는 사랑에 대해 노래하였다.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의 소유는 아닌 것을...
이 시는 말한다. 생명은 신이 허락한 것이며, 부모의 역할은 그저 잠시 동안 생명을 맡아 귀하게 돌보고 기르는 것이라고. 이런 생각이라면 자녀에게 집착하기 보다는 순수하고 객관적인 사랑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아동심리학자 버지니아 M. 액슬린은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욕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신체적인 모양도 다르고, 능력도 다르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부모가 좋다고 생각하는 ‘틀’에 맞춰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키운다는 것이 주위의 이목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 아이가 부모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때, 부모의 욕심이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부모는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끊임없이 남의 아이와 비교하며, 조금만 앞서도 곧 일등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러한 경쟁심리가 자녀의 곁을 맴돌며 성인이 된 자녀들까지도 챙겨주는 ‘헬리콥터 맘’, 자녀를 곁에 두고 조종하며 무엇이든지 다 해주려는 ‘캥거루 맘’들을 만든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주변을 지각하는 능력, 손발을 움직이는 정도 등이 다 다르다. 부모의 칭찬에 방긋 웃으며 반응하는 아기가 있는가하면 반응이 느리거나 표정이 없는 아기도 있다. 또한 아이들은 자라면서 저마다의 고유한 재능이 발현된다. 어떤 아이는 수학적인 능력이 뛰어난가 하면 어떤 아이는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자녀를 부모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춰 키우려고 하면 할수록 서로의 틈은 벌어지며 아이는 불행해진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려는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면,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비교하는 일, 특정 장래희망을 강요하는 일 등은 줄어들 것이다. 아동의 창의성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수록 오히려 계발된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표정, 태도, 능력을 인정해주며 사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꼭 껴안아주고 귀에 속삭여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직접 말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첫 아이 키우던 방법이 둘째아이, 셋째아이에게도 통할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아이 기르는 방법은 달라야 하며, 각자가 온전히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규격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할 때, 아이들은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며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부모는 영유아기 동안 아이의 마음이라는 그릇에 사랑을 채우는 일을 하는데, 그 마음 그릇에 사랑이 듬뿍 담기면 아이는 안정감을 얻고 신뢰감이 생긴다. 이러한 안정감과 신뢰감은 한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