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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이를 유능하게 키우려면

2016.12.13
 
지난 주말, 자꾸만 늘어나는 흰머리가 신경 쓰여 염색을 하러 미용실에 갔다. 주말이어서인지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꽤 있었다. 머리 염색이 되길 기다리며 머리 다듬는 아이들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아이의 머리를 손질하는 일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중 내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가 있었다. 예닐곱 살 남짓 보이는 아이였는데, 머리에 파마를 하는 동안 미용사에게 편안하게 머리를 맡기고 있는 모습이 자못 의젓해보였다. 마치 파마가 무엇이며, 이 과정을 통해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할 거라는 걸 다 알고 있는 양 말이다.

그런데 정작 당황스러웠던 건 아이 엄마의 모습이었다. 머리 하는 아이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카봇이야. 카봇 봐’하며 아이의 시선 앞에 태블릿 피씨를 놓아주고는, 미용사의 허리 사이로 아이의 입에 요구르트를 정성껏 떠먹여주는 것이었다.

“거의 다 됐어요.”라고 재차 말하는 미용사의 말이 무색하게, 엄마는 혹여 아이에게 태블릿 피씨 화면이 안 보일까봐 이리저리 방향을 돌리며 서비스(?) 하고 있었다. 쳐다보지 않으려 했지만 그 안타까운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머리를 손질하는 시간은 아이에게 미용사가 자신에게 어떻게 하는지 몸으로 느끼고 거울로 볼 수 있는 경험의 기회가 된다. 이 소중한 기회를 엄마가 애써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지니게 되는 능력과 태도는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다져가는 것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작은 불편함을 견디는 경험,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규칙을 지키고 배려하는 경험, 지금 먹고 싶고 당장 하고 싶지만 상황을 고려하며 만족을 미루고 기다리는 경험 등은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떠한 일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능력과 태도를 만들어 준다.

이러한 능력을 ‘자기조절력’이라고 하는데, 이는 유아기부터 생활 속에서 발달된다. 자기조절력은 하고 싶지만 참고 노력하는 자세,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 등과 연관되기 때문에 이후 학습 능력이나 사회관계, 리더십, 사회적 성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기조절력이 ‘성공 지능’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가 성장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지금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파마하고 있는 아이가 지루하지 않길 바라며 애썼던 그 시간에 엄마 자신의 일을 했다면 어떨까. 필요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차라리 그냥 쉬었다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이득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청소년들이 엄마의 이러한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자라나지만, 놀랍게도 참을성이 없고, 감정과 충동성의 조절이 잘 안되고,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포기하며 힘들어한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교육자, 도사, 해결사, 심부름꾼이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든 다 해주는 ‘해결사 엄마’가 아니다. 참아야 하는 건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 아이에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엄마 자신의 충동과 욕구를 조절하는 것이 요즘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군포시 육아종합지원센터 조유나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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