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의 아동 양육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도 오래이다. 정부는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등 아동 양육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그러나 보육 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불안,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여전히 가족 내 돌봄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유력한 대안은 조부모에 의한 양육이다. 자녀를 다른 어떤 곳보다도 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기는 게 안심이 되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조부모는 자녀의 도움을 거절하기 어렵고, 손자녀를 남에게 맡기는 것 역시 내키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조금만 희생하면 본인의 자녀와 손자녀 모두 행복해질 거란 결론으로 양육을 떠맡게 된다.

조부모에 의한 양육은 성인자녀뿐만 아니라 손자녀와 자신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조부모에게는 가정과 사회에서 하나의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기에 노년기 역할상실에서 오는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손자녀에게는 조부모와 친밀감을 형성할 기회를 얻는 것이며, 이는 장차 사회성 발달 및 윤리 의식 형성 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긍정적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부모에게 손자녀 양육은 커다란 짐이 되기도 한다. 비록 양육 과정에서 얻는 행복이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양육은 노년기 여성의 사회생활 및 여가생활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부모들이 신체적·심리적 고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연령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한다고 할 수 있다. 양육과정에서 자녀와 육아 방식을 놓고 발생하는 갈등 및 경제적 부담은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키며, 이는 세대 간 단절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부모에 의한 양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관련 연구로부터 정리해 보았다.

첫째, 조부모와 성인자녀와의 친밀한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조부모와 부모 사이가 불편하면 아이들 또한 불안감을 느낀다. 따라서 성인자녀들은 조부모에 의한 성공적인 아동 양육을 위해 조부모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조부모가 손자녀를 양육해주는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조부모가 아동 양육에 신체적, 심리적으로 힘겨워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조부모의 전통적 육아 지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가져야 한다. 조부모 역시 전통적인 육아 방식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육아 가치관과 방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조부모와 부모의 양육방식은 일관되어야 한다.

자녀의 요청에 대해 조부모와 부모가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자녀는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양육방식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평소 아이의 모습에 대해 서로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조부모가 손자녀를 양육하며 일상에서의 아이의 행동을 기록해 두었다가 일을 마치고 온 부모와 이에 대해 소통한다면 부모는 아이와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고 양육방식의 일관성 또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조부모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야 한다.

조부모가 지역사회활동이나 적당한 여가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면 손자녀의 양육자 뿐 아니라 교육자 역할에도 충실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Robertson 1977). 이렇듯 조부모의 손자녀의 양육뿐만 아니라 사생활을 누릴 수 있는 여유까지 배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가 하나의 가족 형태로 굳어진 우리 사회에서 아동 양육은 가정 밖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를 주로 사회나 정부가 대신해주고 있으며, 우리사회도 최근 이런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도나 법률, 지원 정책 등이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부모에 의한 양육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언급된 내용 뿐 아니라 다양한 지혜들을 모아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을 잘 견뎌내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