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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차 산업혁명과 부모 역할

2017.04.14
 
“현재 초등학생 자녀의 60%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자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중략) 5년 내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할 것이다. (다보스 미래일자리보고서)”

“창의력으로 자신의 옷을 창작하는 디자이너보다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의 패션 스타일을 파악하고 패션 제안을 하는 사원을 더 유능하게 본다. (아만시오 오르테, ZARA 창업자)”
이런 이야기를 듣는 당신이 부모라면, 생각이 복잡해질 것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지금부터 해줘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은 있지도 않은 미래의 일자리를 어떻게 내다보고 역량을 키워줘야 할지, 창의력보다 빅데이터 분석 활용 능력이 과연 더 중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접한다. 빅데이터, 공유경제, 자율주행자동차, 핀테크, 알파고, 사물인터넷……. 이 단어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읽고 있는 부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의 1차 산업혁명으로 기계생산이 가능해졌고, 19세기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냄으로써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20세기 후반의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생산자동화를 이루었으며, 21세기 현재에 이르러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인공지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상세계가 로봇이라는 실세계에 구현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보다는 기존의 기술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결하는 산업이 발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 지식을 아는 것과 다가올 미래사회를 위해 지금 부모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아는 것은 다른 문제다. 4차 산업혁명시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식 축적 교육, 직업 맞춤형 교육, 스펙 중심 교육, 반복적 문제풀이 방식의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교육 발상들이 21세기에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직업 맞춤형 교육이란 어느 직업에 특화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인데, 이는 그 직업 하나에만 종사하도록 해 직업의 탄생과 소멸이 빈번한 21세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기계에게 맡기고,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실행하는 일은 로봇에게 맡기면 되기에 지식 축적 교육 또한 의미가 적어진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트렌드에 관련된 빅데이터를 일주일 내에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할만한 상품을 개발하는 일’ 또는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자료를 모으고 그것을 토대로 합리적 추론을 하여 합당한 결론을 내리는 일’ 등을 해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 습득이나 경쟁 위주의 교육보다는 합리적 사고 훈련이나 문제해결을 위해 기초 자료를 모으고 이를 토대로 추론하며 결론을 내는 문제해결 능력 등이 필요하다. 학문간 경계를 넘어 지식을 연계하는 융합적 사고력 또한 요구된다.

확실한 것은 우리의 교육의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새로운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는 1년의 몇 주 이상은 단일과목 수업이 아닌, 학제 간 주제에 중점을 둔 현장기반 학습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기반 학습은 세 과목 이상의 교사가 융합과목 하나를 설계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가령 유조선이 좌초돼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해결 방법을 학습한다면, 학생들은 먼저 역사 교사와 함께 이전 사례들과 대책들을 살펴보고, 화학 교사와 함께 어떤 약품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실험을 해보며, 마지막으로 수학 교사와는 화학약품 비율을 조절했을 때의 변화나 빅데이터를 동원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을 도출하는 법 등을 배우는 것이다.

최근의 관련 서적과 저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새로운 발명과 발견이 학문 간 접경인 ‘융복합 영역’에서 도출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수록 특정 지식이나 맞춤형 지식에 집중하는 교육은 한계가 있으며,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인보다는 기초 학문과 학습력이 탄탄한 자녀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녀를 키우며 ‘건강하게, 행복하게, 안전하게’라는 말을 항상 생각한다. 이는 아동복지법 제1조의 목적 부분에도 명시되어 있다. 시대는 급변하지만 자녀 양육에서 가장 우선되는 가치는 건강, 행복, 안전이다. 이에 더하여 시대적 흐름을 잘 읽고 지원해줄 수 있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서혜전 (열린부모교육학회장/대구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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