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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 멘토는, 든든한 경찰대학교 언니·오빠들이랍니다.

2008.06.13


지난 현충일 오전, 일주일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쨍- 하게 맑게 갠 날 든든한 경찰대학교 언니, 오빠들과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다시 뭉쳤다.

2006년부터 올 5월까지 2년 여간 우리 단체가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와 함께 범죄피해자 유자녀를 위해 진행한 ‘행복날개 장학사업’, 그 사업에 함께 하면서 작년부터 인연을 맺게 된 경찰대 학생들과 장학생 가족들이 반가운 재회를 한 것이다.

아이들도, 경찰대 언니·오빠들도, 만나자마자 그간 못했던 이야기들을 재잘재잘 나누느라 쉴 틈이 없어보였다. 내리는 빗속에서 함께 지냈던 1박 2일의 여름캠프 이야기부터~ 크리스마스 때 함께 봤던 뮤지컬, 서먹서먹하고 부끄러웠던 첫 만남의 기억까지.

이전 모임들은 우리 단체가 기획한 시간들이었지만, 이번 모임은 조금 달랐다.
우리 단체를 통해서 아이들을 만나게 된 경찰대 학생들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자꾸만 아이들 생각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속적으로 범죄피해자 유자녀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싶어 동아리를 만들게 된 것. 이번 모임은 동아리 결성 후,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고 진행한 행사라 더욱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동안 서로 안보고 어찌 지냈지? 싶을 정도로 재잘재잘~ 수다가 계속 이어졌다.
“아니, 무슨 할 말이 그렇게들 많아요? 이야기 보따리가 끊이질 않네. 자자~ 쉿! 여기서부터는 조용히 해주세요. 말들이 놀랄지도 몰라요.”
“우와~~ 말이 있어요? 어디어디?”
“얘들아, 여기 말도 있대!”


조용해지긴 커녕, 말이 있다는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수다의 주제만 ‘말’로 바뀌었을 뿐, 우리의 ‘멘토-멘티’ 무리들은 더 시끄러워졌다.


함께한 양지 주말농장에서는 조랑말과 우마차 타기뿐만 아니라, 화분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등 직접 타고,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학습의 시간을 가졌다.

농장체험이 끝난 후, 아이들은 예비 경찰 형, 누나들의 손을 잡고 경찰대학교를 방문했다.

장래희망이 경찰이라는 상현이, 경찰대학교를 구석구석 살피더니 멘토인 다혜누나에게 늠름하게 한마디 던진다.
“누나!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내가 누나 지켜줄게요.”
6살 상현이의 당찬 한마디에 일순간 분위기가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200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은 무려 1만 6천 건, 이 가운데에는 1,000여건의 살인사건을 비롯해 강도, 강간 등 끔찍한 범죄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건 해결은 끝난다하더라도 그 피해자들은 사건 후에도 계속되는 경제적인 피해와 정신적인 후유증으로 고통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까지는 ‘행복날개 장학사업’을 통해 범죄피해로 인해 가족 구성원을 잃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어 어려움을 겪게 된 가정의 아동들에게 매월 일정액의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장학금 지급기간이 만료된 올해부터는 더 이상 지원을 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던 중이었다.

“학생들이 먼저 연락을 하더니, 자발적으로 멘토 모임을 만들겠다고 하는거예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는데 스스로 나서서 열심히 활동하려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지요.” 굿네이버스 최재용 과장은 학생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져 정말 감동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학생들의 노력에 든든한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과장님이 잠깐 말씀하시는 동안에도 진경이가 직접 만든 도자기를 빼꼼~ 내밀어 보이더니 씽긋 웃고 지나갔다.

어른들의 범죄 때문에, 이유 없이 한 순간에 어려움 속으로 내몰린 아이들.
아이들에게는 경제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손길과 지속적인 정서지원이 더욱 절실한 것이 사실이다.

동아리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물어보자 신다혜 학생(경찰대, 3학년)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경찰이 될 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를 잘 할 것인가만 생각했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면서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정서적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거죠.”
“아까. 제 멘티인 상현이가 ‘나중에 커서 누나를 지켜주겠다’고 했어요. 상현이가 자라서 저를 지켜주기 전까지는 제가 상현이를 지켜주려고요.”

어른들의 범죄 때문에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한 가슴을 가진 또 다른 손길로 조심스레 보듬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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