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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나방의 꿈’을 아시나요

2016.11.08

드림위드 봉사단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만들어 낸 감동의 연극무대

TV를 틀면 한숨만 나오던 11월의 어느 주말, 특별한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의 연극이지만 전문 극단의 작품은 아닌,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 만든 연극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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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4개월 동안 소품 준비부터 각색, 연출, 연기 등 모든 걸 스스로 해냈다는 대학생 자원봉사단(드림위드 봉사단 소속 삼육대 ‘굿나누미스’)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원래 연극을 해왔던 친구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극장 대관부터 조명과 음향, 무대 효과와 의상까지 꽤 신경을 썼다는 소문을 듣고, 과연 어떤 무대를 만들어 낼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게다가 초대장을 보니 3개의 작품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찬스(?)까지 있더라고요.

연극의 문화·예술적 치료 효과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표현 능력과 정서발달에 긍정적 효과가 있고, 연극 연습을 하며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고요.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실행에 옮기는 게 어려운 것 아니겠어요? 연극무대에 오른 적 없는 저로서는 듣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일! 지금부터 그날의 무대를 고스란히 전해드려 보겠습니다.

 

프롤로그

마음을 여는 게 쉽지만은 않았던 아이들과 대학생 봉사자들과의 첫 만남. 단순히 대본을 나눠주고 외우게 하는 대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함께 읽어보며 교훈을 찾고 각색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본 속 감정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대학생 언니오빠들에게 일대일 연기 지도를 받으며 아마추어 연극배우로서의 자세를 차근차근 익혀 나갔죠.

그리고 드디어 공연 당일!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객석은 이미 만원. 배역을 맡은 아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공연, ‘굿나누미스’의 인사와 신나는 레크레이션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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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찾아와 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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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앞서, 관객분들을 위해 준비한 깨알 같은 레크레이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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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씐나요! 모두가 재미있게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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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은 가득 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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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립니다.

 

1막. 한여름 밤의 꿈

줄거리: 초록마을에는 이타심의 꽃가루를 만드는 여인, 허미어가 살고 있다. 옆 마을 왕자인 라이샌더는 우연히 초록마을을 지나다가 허미어에게 한 눈에 반해 청혼한다. 그러나 허미어는 결혼을 받아주지 않고, 이에 화가 난 라이샌더는 이타심의 꽃가루를 만드는 화원을 부수게 된다. 허미어는 마지못해 라이샌더의 청혼을 받아들이지만 부서진 화원에서는 더 이상 꽃가루가 만들어지지 않아 사람들은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급기야 왕의 자리를 노리게 되는 마을 사람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라이샌더는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 버리고, 허미어는 라이샌더로 변장하여 마을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 의해 죽고 만다. 다시 초록마을로 돌아온 라이샌더는 허미어가 죽었다는 것을 듣게 되고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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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심을 만드는 꽃가루가 나오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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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람들이 준 약을 먹고 쓰러지는 허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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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어가 죽은 자리에 핀 꽃을 보며 후회하는 라이샌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아이들이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이란 무엇이며, 아이들은 이기심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주인공 ‘허미어’ 역을 맡은 아동의 열연이 돋보이는 무대였습니다.

 

2막. 베니스의 상인

줄거리: 가난한 바사니오는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친구 안토니오에게 부탁을 한다. 안토니오는 친한 빵집 주인 아서에게 빵을 빌려 바사니오에게 건네준다. 안토니오는 침몰한 줄 알았던 배가 돌아오면서 벼락부자가 되는데, 이를 시기한 샤일록이 음모를 꾸며 안토니오와 바사니오를 곤경에 빠뜨린다. 안토니오, 바사니오, 샤일록은 법정에서 대립하게 되지만 빵집 주인 아서의 진실된 증언으로 인해 안토니오와 바사니오는 곤경에서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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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바사니오네. “여보 당신이 먹어요” “나는 괜찮소 당신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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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는 가난한 친구를 위해 빵집 주인 아서에게 빵을 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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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음모로 인한 법정공방.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의 내용 중 아이들은 ‘권선징악’에 집중했습니다. 극에서 드러나는 선과 악을 아이들만의 표현으로 나타냈는데요. 법정에서의 변호 씬은 법정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서스펜스를 자아냈습니다. 대사도 많고 어려웠는데 정말 잘 소화해 낸 아이들이 대견했습니다.

 

3막. 나방의 꿈

줄거리: 승훈이는 축구를 좋아하고, 서현이는 음악을 좋아하고, 유나는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다. 유나의 부모님은 평소에는 무심하지만, 성적과 관련된 얘기에만 관심을 보인다. 유나는 부모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그저 묵묵히 공부를 한다. 서현이의 부모님은 음악을 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실패를 경험했다. 이것이 자녀에게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음악을 하는 것을 심하게 반대한다. 승훈이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다. 승훈이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부모님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형편상 지원을 해 주지 못한다. 축구에 소질이 있지만 훈련을 받을 사정이 되지 못하다 보니, 공부를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축구에 대한 미련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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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받는 날. 아이들은 점수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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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반대하는 엄마가 사실은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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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소년’ 승훈이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도움으로 꿈에 가까워지고…

 

 

왜 우리는 다 다른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은 길을 가게 하나
왜 잘하는 게 있는데
다른 것을 배우며 다른 길을 가게 하나요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교훈 중 하나인 ‘자기다움’을 강조하여 각색한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고 하는데요. 그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담은 마지막 합창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에필로그

이번 공연은 ‘굿나누미스’ 대학생 봉사단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기획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며 무대를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데요. 사실 인생을 살며 대학로 무대에 서 볼 기회가 흔치는 않죠. 쉽지 않은 도전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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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만남과 준비 과정

 

공연 후 아이들의 무대를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던 어머니들. 아이들의 숨겨진 또다른 모습에 적잖이 놀라신 것 같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주연을 맡은 아이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번에 공연 준비하면서 뭐가 제일 좋았어?” “음… 간식 먹은 거요!” 어쩌면 아이들은 공연을 해냈다는 성취보다, 공연을 준비하며 함께 어울렸던 그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기억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걱정하지마”라는 말 대신 “너와 함께 있을게”라는 말이 더 큰 위로가 된다고요. 아이들에게도 박수를, 아이들과 4개월간 함께하며 도전해준 드림위드 봉사단 ‘굿나누미스’에도 무한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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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팀 박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