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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쿠나 마타타는 케냐 현지어인 스와힐리어로 '걱정없어요'라는 뜻입니다.



뜨거운 기다림
 

  케냐로 가는 15시간의 비행과 연착으로 이어진 8시간의 기다림은 우리 가족에게 무척 고단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큰 딸 채원이의 장난에 피로를 녹여가며 만 하루가 꼬박 지나서야 케냐에 도착하였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심호흡으로 뜨거울 것이라는 동부아프리카의 선입견을 깨트리는 소우기의 선선한 공기를 마셨다. 새하얗게 펼쳐진 뭉게구름과 그 아래 초원을 서성대는 기린의 우아한 자태에 순간‘아~ 자원봉사가 아니라 여행이었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청년 자원봉사자들의 씩씩한 모습에 허튼마음을 도로 접었다.

  이번 자원봉사활동에는 봉사 이외에도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바로 우리의 또 다른 가족, 항상 사진으로만 봐 왔던 결연후원 아이들을 실제로 만나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고 씩씩하게 자라달라는 메시지를 몸으로 전달하는 것. 한 달 2만원의 후원금으로 한 아이를 굶주림에서 벗게 하고 교육을 받게 한다는 것이 사실 실제적으로는 다가오지 않았었다. ‘그저 아이들에게는 작은 위로 정도 되겠지, 무슨 큰 도움이 되겠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후원에 대한 기쁨과 사명감도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해 간 것이 사실이었다.



쓰레기 언덕 너머 희망나무를 심다


  봉사활동 첫날, 나이로비 도심이 뱉어내는 온갖 쓰레기로 질척이는 고로고쵸(스와힐리어로 ‘쓰레기’라는 뜻) 지역의 지라니교육센터를 방문했다. 교육센터에 다다르기까지는 끝이 안보이는 쓰레기더미를 지나야했고, 우리가족은 그 지독한 쓰레기 냄새를 코로 막아야 했다. 봉사여행에 대한 풍미스러웠던 가슴 속 감성은 이내 마비되고 퀴퀴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 곳에는 맑은 하늘 아래 행복하게 뛰놀아야 할 아이들의 푸른 언덕은 보이지 않고 마을을 질병과 가난으로 옥죄는 쓰레기 언덕만이 총총 솟아있었다. 그 곳에서 당장 내다팔 쓰레기를 뒤지는 아이와 어른들, 그 발치를 맴돌며 쓰레기를 파먹는 돼지와 개, 그리고 곁눈질로 경계심을 놓지 않던 대머리황새 떼는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들 앞에서 내 코를 수건으로 막는다는 것은 더 이상 위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라니교육센터의 아이들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한끼 식사도 제공받아 한결같이 밝고 건강해 보였다. 우리 가족은 교육과 급식봉사 후 희망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센터 앞마당 한구석에 나무를 심기위해 삽을 뜨는데 연신 쓰레기가 채여 나왔다. 쓰레기를 걷고, 나무뿌리를 얹어 흙을 덮은 후 물을 주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마음 속 깊숙이 기원했다.


‘나무야 쓰레기를 헤치고 힘차게 뿌리를 내리거라. 잎을 펼치고 싱싱한 열매를 맺거라. 이 아이들에게 희망으로 부풀어 오르거라.’ 

  

  둘째날에는 드디어 우리 가족이 후원하는 웬디와 브렌다를 만났다. 높은 경쟁율을 뚫고 지라니 합창단의 단원이 된 아이들. 뿌듯함에 아이들을 덥석 껴 안으며 말했다.“너무 보고 싶었어… 그리고 너무 고마웠어.” 웬디와 브렌다는 희망의 줄기가 먼 한국에서 후원자로부터 뻗어 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더 이상의 절망도 없을 것이라는 확신도 하고 있었다. 지라니 합창단의 환영노래에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된 우리 가족. 뜨거운 양철지붕의 열기를 뚫고 힘차게 퍼지는 아이들의 맑은 영혼이 “하쿠나 마타타~(걱정 없어요~)”를 반복하는 지라니합창단의 대표곡 ‘잠보’곡에서 우리들의 가슴 깊숙이 심금을 울리고 말았다.  

  


  서울로 돌아 온 지금도 나는 세 자녀를 먹이고 살리기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로즈의 어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엄마를 잃고서 5년동안 한번도 생일축하를 받아보지 못했던 브렌다가 생일파티때 보여준 환한 웃음도 잊을 수가 없다. 카메라 파인더 속으로 완전 미소와 순진함으로 가득 다가온 고로고초 아이들의 새하얀 눈빛과 치아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이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들을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원과 봉사활동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 2003년부터 굿네이버스 홍보대사로 활동해 온 변정수씨와 그 가족(남편 류용운, 딸 류채원)은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 이어 올해에도 자비로 우리단체 케냐 고로고초 사업장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였으며, 포토그래퍼 조선희씨도 이번 나눔여행에 동참해서 능력나눔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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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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