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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책 속의 아이가 아닌 자녀를 봐주세요.

2020.01.29
남자 아동과 성인 남성이 서로 바라보며 볼풀공을 들고 팔을 뻗는 이미지
부모가 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제일 먼저 한 일이 육아와 관련된 도서를 구입하는 것은 아니셨나요?
그 책은 두꺼운 백과사전 같기도 하고, 그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좋은 부모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습니다. 산부인과를 찾을 때마다 아이의 성장속도가 표준화되어진 표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를 확인하고 내심 뿌듯함을 느끼거나 조바심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태어나면 몸무게는 얼마, 신장은 얼마, 머리둘레는 얼마인지 100명 중 몇 번째 정도인지를 체크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우리 아이의 성장속도를 체크하고, 책처럼 개월 수에 맞추며 부모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좀 더 우리 아이가 성장하면 TV에 나오는 다른 아이,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우리 자녀를 비교하고 그 발달속도에 맞추려들기도 하죠. 우리는 그동안 우리 자녀에 집중하기보다 책 속에 등장하는 표준화된 아이부터 소위 엄친아까지 다른 곳에 더 집중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남자 아동과 성인 남성이 서로 바라보며 볼풀공을 들고 팔을 뻗는 이미지
책은 개월 수에 따라 하루 평균수면시간, 먹는 시간간격 등을 안내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 시간에 맞추어 자지 않거나 먹을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먹겠다고 신호를 보내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자고 싶지 않다고, 먹고 싶다고 부모인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는 우리의 자녀에게 집중해보세요. 아마 우리가 처음 책을 들여다보았던 것은 자녀를 더 잘 이해하고 잘 키우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책에 있는 아이는 표준화되어진 아이로 우리 자녀가 아닙니다. 책은 참조할 뿐이고 자녀가 우리에게 보내는 많은 신호를 따라가 보세요. 이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때 우리 아이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지금의 기분은 어떠한지 충분히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남자 아동과 성인 남성이 서로 바라보며 볼풀공을 들고 팔을 뻗는 이미지
우리 모두는 초보부모입니다. 첫째는 첫째여서, 둘째는 첫째와는 다른 아이여서 언제나 초보부모이지요. 그리고 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성장해나갑니다.
책에 있는 아이가 아닌 우리 눈앞에 있는 우리의 아이와 함께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그러니 책과 다르다고 불안할 필요도, 조급해질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의 자녀를 꽃에 비유하자면 개나리일 수도 매화일 수도 있습니다. 매화는 조금 일찍 필 것이고, 개나리는 조금 늦게 필 것입니다. 시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입니다. 왜 너는 다른 꽃이 필 때 피지 않느냐고 다그치기 보다는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각자 다른 꽃들은 찬란한 꽃을 피우기 위해 적합한 일조량, 물의 양, 토양이 필요합니다. 꽃마다 키우는 방법이 다르듯 우리의 자녀 또한 책의 방법이 아닌 우리 자녀가 어떠한 꽃인지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가 아닌 자녀와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가세요. 그 이야기는 자녀의 성장이야기이자, 부모인 우리의 성장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안지혜 교수(국립목포대학교 아동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