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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요”

2016.05.19
배우 문근영이 직접 전하는 말라위의 눈물, 그리고 희망
 
지금도 눈에 선한 말라위의 푸른 밤

유난히 별이 빛나는 밤, 금방이라도 별이 내 눈앞에 쏟아질 것 같던 말라위의 밤이 기억납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말라위 사람들에게도 이 밤은 길게 느껴지겠지요?
 

나는 부끄러워졌습니다

굿네이버스, 희망TV SBS와 함께 말라위에 다녀왔습니다. 출발 전, 나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미 뉴스나 각종 지표,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이 접했었기에, 내가 뭔가 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가벼운 것이었는지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두 눈으로 확인한 말라위의 현실은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굶은 지 3일이나 된 아이들이 있었고, 하루 종일 돌을 깨며 그 돌을 사러 올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치밀기 시작하더군요. 외면하고 살아왔던 내 지난 시간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워서요.
 
채석장에서 만난 말라위 아이의 선한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사랑 받아야 합니다. 이곳의 아이들이 존중 받는 삶을 살 수 있기를,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겸허한 시선으로 아이들과 주민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너무 몰랐습니다

우리는 아프리카 하면 흔히 굶주린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말라위에 가기 전까지는 나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말라위에는 나보다 어리지만 이미 엄마가 됐거나,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만난 ‘치므웨므웨’도 고작 14살인데 임산부였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준비라는 것이,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옥수수 죽이라도 사먹기 위해서는 쓰레기장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산모도, 아이도 건강할 리 없었습니다.
 
말라위 센트럴병원 내
 
몰려든 환자와 보호자로 아이를 편히 눕히기 조차 쉽지 않습니다.

말라위에는 치므웨므웨 같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산모들이 많습니다. 전문 병원도,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나마 있는 병원도 몰려든 환자들로 북적여 앉아있을 공간조차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산파의 집’에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가난한 산모들이 주로 찾는 ‘산파의 집’은 출산과 탄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비위생적인 공간이거든요.
 
슬퍼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습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800명의 산모와 매년 100만 명의 신생아가 세상의 빛도 보기 전에 하늘나라로 떠난다고 합니다. 이 중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만 있었더라도 예방할 수 있었던 경우가 90%에 이릅니다. 내가 외면했던 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와 산모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 올랐습니다.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엄마’라는 자랑스런 이름의 그녀들을 도와줄 희망을 만났습니다. 가난한 나라 안에서도 더 어려운 동네인 카츔와 마을. 이곳에도 수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있었는데요. 마을에 산모들을 위한 작은 센터가 생긴 것입니다.
 
오직 엄마들 만을 위한 공간, 말라위 카츔와 맘센터

센터가 생기기 전, 산모들은 출산이나 기초 보건 서비스 이용을 위해 2~3시간을 걸어야 했습니다. 오래 걸을 수 없어 검진을 포기하는 산모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지요. 이곳에 센터가 생긴 덕분에 산모들은 제때 필요한 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출산, 육아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도 받게 되었고요.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10개월이 걸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기초적인 보건의료 지원도 이곳에서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맘센터의 시작입니다..

난민 수용소를 떠올리게 만들던 병원이 아닌, 엄마들 만을 위한 의료기기가 있고, 엄마가 되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 그곳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 안도의 마음이 들었는데요.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말라위의 엄마와 아이들을 위해,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희망은 계속 더해져야 할 것 같았습니다.
 

마음을 모으면 기적이 됩니다

말라위의 선한 눈빛과 맑은 영혼을 마주하니 그간 살아온 내 시간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리곤 그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나는 이제야 고민을 해보려 합니다. 이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도록.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이들의 순수한 행복을, 티없이 맑은 웃음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이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삶에 치여 묻어왔던 관심을 꺼내 주세요. 정말이지 작은 관심이라도 말이에요. 마음과 마음이 모이면 기적은 일어날 테니까요.

 

 

* 배우 문근영의 말라위 봉사활동은 5월 27일(금)~28일(토) 희망TV SBS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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